영성을 말하다

[스크랩] 피터슨 목사 “말씀, 벼락치기로 읽거나 외우려 말라… 천천히 읽고 또 읽으면 이런 뜻이구나”

김노섭-열린문 2016. 1. 26. 17:28

[얼굴] 피터슨 목사 “말씀, 벼락치기로 읽거나 외우려 말라… 천천히 읽고 또 읽으면 이런 뜻이구나”

영성 신학자 유진 피터슨 목사 “성경, 이렇게 읽어라”

입력 2016-01-2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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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피터슨 목사는 “성경은 복음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라며 “읽고 또 읽되 천천히 읽으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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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몬태나 주 캘리스펠로의 피터슨 목사 자택의 옷걸이와 십자가 장식. 복있는사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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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 목사는 목회란 교인들의 이름을 알고 그들 가족과 자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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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 목사 자택 인근의 한적한 풍경. 복있는사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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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항상 베스트셀러이다. 하지만 성경 읽기는 ‘워스트’일 때가 많다. 구약성경만 하더라도 길고 복잡하며 아주 먼 이야기로 가득하다. 생경한 지명과 인명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족보와 각종 규정(제사, 성전 건축)들은 큰마음 먹고 성경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이 때문일까. 신자들은 성경을 부분적으로 읽거나 주일설교, 교회학교에서 들었던 요절말씀으로 살아간다. 어떤 경우는 신년에 ‘뽑은’ 성경구절 하나로 버티기도 한다. 그나마 말씀묵상(QT)이나 통독이 유행하면서 성경 읽는 신자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성경일독’이나 ‘매일 큐티’는 신자들의 목표가 됐다. 

이런 우리네 현실에서 “읽고 또 읽어라. 읽다보면 알아듣기 시작한다”고 외치는 목회자가 있다. 그는 “성경에 기록된 말을 처음 들었던 사람들은 평범한 노동자계층이었다”며 “성경은 부모 자식간에, 친구나 이웃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말과 똑같은 언어로 기록됐다”고 위로한다. 이 목회자는 다름 아닌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신학자,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불리는 유진 피터슨(84) 목사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말, 미국 몬태나 주 캘리스펠로의 피터슨 목사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피터슨 목사는 성경과 성경 읽기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는 최근 출간된 한글 완역본 ‘메시지(복있는사람)’ 번역자 중 한 명인 이종태 목사가 담당했다. 

-목사님께서 어떻게 ‘메시지’ 성경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목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교수를 하려고 했지요. 그러던 중에 교회에서 일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협력목사로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목회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설교하는 법도 제대로 몰라 강의하듯 설교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가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교인들의 말과 그 안에 담긴 뜻, 이야기가 지닌 어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저는 교인들의 집에 찾아가 그들의 말과 이야기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교인들이 기도하는 법을 물어봐서 시편을 권했는데 그때 현대 미국 영어로 번역을 해서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에 재정 위기가 일어나고 인종 폭동이 발생했습니다. 대도시에 인접해 있던 우리 교회 교인들도 이성을 잃었습니다. 저는 분노해서 성도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장로교인입니다. 자유 안에서 태어났고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저는 무능해 보였습니다. 동시에 이것은 역으로 제가 다른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성도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야겠다고 결단했지요. 그때 집어든 성경 본문이 갈라디아서입니다. 갈라디아서는 사도바울이 가장 분노한 어조로 썼기 때문이지요. ‘이 몹쓸 갈라디아인들아!’ 할 정도로요. 처음에는 현대 영어로 된 갈라디아서를 바탕으로 교인들에게 설교했습니다. 하지만 교인들은 변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아예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갈라디아서를 읽었습니다. 성도들은 처음엔 말씀보다는 커피 마시는 데 관심이 더 많았는데 헬라어 원문에서 직접 번역해 갈라디아서를 가르쳤더니 사람들이 커피 마시는 것도 잊더군요. 메시지 성경은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목사님께서는 ‘메시지’ 성경 서문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창조와 구원의 이야기에 등장하고 그 이야기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살아낸다”고 했습니다. 성경을 이야기로 읽고 이해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요.

“이야기는 여러 가지 것들을 하나로 합쳐주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의 형태로 있지요. 이 때문에 이야기는 가장 종교적인 형태의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교감할 때 이야기를 전하고 아이들 또한 그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이야기는 어떤 지역이나 특정 상황에서 비롯된 사고가 단순한 관념이 되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성경의 모세오경이 모두 이야기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저는 ‘메시지’ 작업을 하면서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최대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독자 입장에서 모세라는 이름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모세는 신약성경에서 그 어떤 이름보다 많이 등장합니다. 심지어 예수님보다도 말이지요. 이를 통해 저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그리고 사도바울 같은 사람들이 모세에 푹 잠겨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기록했고 그것을 다시 써내려갔습니다. 이때도 이야기는 주요한 틀이었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에서 겪는 어려운 점은 진리를 가르쳐야 하는데 이를 전할 이야기를 갖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복음이 담고 있는 진리는 모호한 상태로 남게 되고, 일종의 규율이 되어버리지요. 하지만 성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말씀을 삶의 중심에 놓으려는 분들에게 조언해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천천히 읽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읽으십시오. 창세기를 천천히 읽으며 출애굽기까지 읽은 후에 다시금 읽어보십시오. 우리는 성경을 너무 빨리 읽습니다. 벼락치기 하듯 말입니다. 저는 성경을 반복해서 읽을 때 큰 소리로 읽곤 합니다. 소리는 또 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해줍니다.” 

-성경 읽기에서 유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문맥 상관없이 구절에 집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성경 말씀이 적힌 카드 묶음을 가지고 다니며 말씀을 외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들은 일종의 수수께끼였습니다. 저는 그 구절들을 암기하기만 했지 구절의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그 구절들이 하나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야기에서 부분적으로 골라낸 것들이니 말이지요. 이런 방법은 아무리 참된 구절들을 추렸다고 하더라도 성경 읽기 방법으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에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런 방법이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셨으면 합니다.”

-목사님께서는 리젠트칼리지 영성신학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목사님께서 강조하는 영성이란 무엇입니까. 목사님 책 중에는 ‘전복적 영성’이 있습니다. 

“영성이라고 할 때 그것은 영성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에게 영성이란 구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복적인 영성’이라고 했는데요. ‘전복적’이란 명확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시를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삶 전체에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보게 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방어벽을 갖고 있습니다. 무언가가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고 싫어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방어벽을 더 견고하게 만듭니다. 영성은 어떤 면에서 방어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영성은 전복적입니다.” 

-이야기와 영성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이야기는 영성을 일깨우게 만드는 중요한 매체입니다. 길거리 광고들을 보십시오. 그 광고들은 모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번뜩이는 생각이나 말들로 가득 차 있지요. 그러나 사람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리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면 뭔가가 일어납니다. 그 이야기는 광고처럼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온전히 진리를 말하라. 그러나 조금 비껴서 말하라.’ 예수님의 비유들은 모두 비껴 말한 것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화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당장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순간 ‘아, 이 뜻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지요. 그렇게 진리를 담은 이야기들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목사님께서는 지금 몬태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계십니다. 책에서도 종종 장소가 가진 영적 중요성을 언급하는데요. 

“장소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목회보다 더 그렇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이곳에 있던 목사님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요. 제 이름을 기억하는 목사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저는 장소에 대한 관심을 넓혔습니다. 제가 알 수 있는 데까지 다니면서 장소를 이해하고자 했지요. 성경을 읽을 때도 저는 장소가 지닌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성경에서 다루는 문화는 범위가 작고 지역적인 특징을 지닙니다. 그만큼 구체적이지요. 한 장소에 있는 나무와 동물, 사람들을 기억할 때 그 장소는 단순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 장소에 관한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고 그 역사를 일군 인간을 알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만났던 목회자들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말씀은 충격적입니다. 

“저에게 목회는 교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목회는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그 가족과 자녀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관념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어떠한 대상이나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관념이나 이상 속에서의 삶을 살지 않게 되지요.”

유진 피터슨▶ 미국 뉴욕신학교(S.T.B)와 존스홉킨스대(M.A.)에서 공부하고 미국장로교단(PCUSA)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59년부터 뉴욕신학교에서 성경 원어를 가르치면서 협동목사로 일했다. 62년 교수직 사임 후 ‘그리스도 우리 왕 장로교회’에서 29년을 담임목사로 일했다. 93년부터 캐나다 리젠트칼리지에서 영성신학 교수로 활동하다 2006년 은퇴했다. ‘이 책을 먹으라(IVP)’ ‘목회자의 소명(포이에마)’ 등 30여권의 책을 펴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