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문 리포트

[스크랩] "복음주의 차세대 리더십은 따로 있다"

김노섭-열린문 2012. 2. 16. 22:03

"복음주의 차세대 리더십은 따로 있다"
[홍정길 인터뷰 -하] 은퇴 선교사를 위한 센터 건립 중…"기윤실서 한기총 해체 운동할 것"

 

데스크 승인 2012.02.14  13:10:48 정재원 (jlovej77)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홍정길 목사는 복음주의 운동을 교회 운동이자 삶의 고백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교회 현장과 괴리된 채 이야기되는 복음주의 운동 논의에 대해 염려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목회자 홍정길은 폭이 넓다. 교회 밖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위한 밀알학교를 만들고, 남북나눔운동을 이끌며 통일 운동에 두 발을 담갔다. 복음주의 운동가들의 맏형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고, 후학들을 키우는 일이라면 전국은 물론 세계 어디든 달려간다.

 

그러니 한국교회 안팎의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그와 연결된다. '도가니' 열풍 속에 비친 한국교회 자화상에 관해, 홍 목사는 교회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사회의 시선을 바꿔 보려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설명했다. 남북나눔운동을 하며 북녘 동포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쏟은 만큼, 남쪽에 내려온 새터민에게 애정을 기울이려 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도 같은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제기된 '87년형 복음주의 운동은 끝났다' 주장에 대해서도 홍 목사는 '오류'를 지적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열거하면서, 정작 교회와 연대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갈 계획이다. 이동원 목사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으로 한기총 해체 운동을 주도하고, 은퇴 선교사를 위한 센터를 건립하여 한국교회와 선교를 위해 기도할 작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계획은 "주님을 깊이 묵상하면서 주님 만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87년형 복음주의 운동의 1세대 리더십이 다음 세대에게 이양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최근 나왔습니다. 1세대로서 복음주의 운동의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87년형 복음주의가 끝났다고 말한 분이 두 가지가 틀린 것 같아요. 하나는 그렇게 거명한 사람들 문제입니다. 상당수가 교회와 상관없는 분들입니다. 복음주의 운동은 교회 운동이고 삶의 고백 운동입니다. 저는 복음주의를 신학적으로 잘 모릅니다. 하지만 복음주의의 특징은 '고백적인 구원의 확신이 있는가', '그 복음을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신학자들, 교회를 비판하는 사람들, 정용섭 목사도 개인 전도를 할 수 있습니까. 많은 설교를 하지만 자기가 전한 복음이 없어요. 저희 네 사람(강남의 복음주의 4인방-고 옥한흠, 이동원, 고 하용조, 홍정길 목사)의 특징은 누구든 만나면 예수를 전하고 그분을 초청까지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목회 현장이 있었습니다.

 

고직한, 양희송 같은 사람을 거론했는데, 다들 목회 현장에 없는 사람들이죠. 만약 손봉호나 이만열 두 분이 교회의 뒷받침 없이 갔다면, 그냥 사회운동가입니다. 그 사람들을 복음주의 운동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교회가 뒷받침하는 곳에 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기 성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저를 찾아와서 돈 안 들고 운하를 하겠다고 설명까지 했어요. 그런데 다들 운하는 안 된다고 해서 유럽 코스타를 갈 때마다 정말 이게 필요한지 확인했습니다.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면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과거 교통이 좋지 않을 때 수로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맞지 않다는 게 유럽 지역의 공통된 이야기였습니다. 오정현 목사가 4대강을 지지한다는 글을 썼기에 "정말 고민하며 기도하고 그 글을 썼느냐"고 꾸중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하다고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틀렸으면 틀렸다고 말을 해야죠.

 

진보적인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틀려놓고 틀렸다고 말 못 하는 것도 정직한 것이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얘기를 하고 가셨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시면서 이것은 나라가 망할 제2의 만리장성이라고 하셨어요. 진보 진영에서 목숨 걸고 반대했지만 그다음에 혜택을 입으면서 자기 잘못을 고백한 사람을 한 사람도 못 봤습니다. 정직하지 않아요. 영종도공항 때 언론이 하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서 저는 비행기 몇 대가 떨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렇게 좋은 공항을 못 봤습니다.

 

(87년형 복음주의 논쟁 중심에 있는 정정훈 <복음과상황> 편집위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표현을 써 가며 비판했다. 자신을 성찰하지 않고 말을 뱉었다고 했다. 정 위원이 "나는 교회에 돈을 받지 않고 라인도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비열하다"고 까지 말했다. 자신을 비롯해 복음주의 1세대들은 "누구에게 돈 준 적도 없고, 우리가 돈으로 무슨 일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돈으로 운동한 게 아닌데도 자신을 그렇게 규정한 것은, "침묵하는 사람을 멸시하는 태도이며, 자기 성찰이 없는 행동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에도 자기 성찰은 필수라고 충고했다. 자아 성찰이 없으면 역사의 푸념꾼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에 말도 안 되는 제보들이 들어온다는 것을 안다며, 괴물 같은 이야기를 쓰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괴물을 닮아 가니 정신 차리고 깨어 있으라고 했다.)

 

-정 위원이 거론한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복음주의 운동을 이어 갈 건강한 다음 세대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누가 우리 다음 세대를 맡아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사람들이 코스타를 하면서 보여요. 코스타는 자기 돈을 내고 와야 하고, 아무 대접 받지 않고 학생들과 똑같이 먹고 자야 합니다. 그곳이 좋은 목회자들이 모이는 중심부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모르는 좋은 리더십을 조용히 키우고 있다고 저는 믿어요. 그런데 자기가 아는 몇 사람을 언급하고 승계가 안 됐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정말 잘하는 사람은 소리 없습니다. 지금 좋은 사람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며, 저는 속으로 즐거워합니다.

 

(기자가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끝내 자신이 생각하는 차세대 복음주의 지도력은 말하지 않았다. 때가 무르익으면 드러날 것이라며 웃었다.)

 

   
▲ 홍 목사는 도가니 사태나 남북 관계 등 사회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홍 목사님께서 천안함 사건 때도 북의 소행이라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고 하시는 등,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통일 운동을 이어 가야 한다고 하셨고, 실제로 그렇게 활동하셨습니다. 통일과 관련된 어떤 신념이 있으셨는지요.

 

북에 유화적이면서 남쪽에 와 있는 동포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북한 눈으로 보는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반대로 여기 있는 사람들과 태극기 흔들며 만세를 부르면서 북에 있는 동포를 외면해도 나쁜 것입니다. 북녘 동포든 새터민이든 똑같이 사랑해야 할 대상입니다. 주님의 명령이기에, 자기가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어느 한 편에 갇히지 말자는 말이죠. 저는 비전도 없고 철학도 없는 사람입니다만,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해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은 된 것 같습니다. 신학 공부만 한 사람들은 자기 선생이 가르친 것이 전부인 줄 압니다. 일관성이 중요해요. 그러지 않으니 복잡해집니다.

 

 

 

-영화 '도가니'에서도 나왔지만 교회는 복지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도 제대로 못 해서 사회에 지탄을 받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우리가 강남구 가정복지센터를 수탁했어요. 구청 과장이 수탁자가 개신교라서 걱정이 됐다고 합니다. 개신교가 맡아서 잘된 적이 없다는 거죠. 반면 가톨릭은 잘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가톨릭에 뒤져서는 안 되겠다고, 이를 악물었어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정복지관 평가 1위입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언제나 전국에서 최고입니다.

 

'도가니'의 내용이 얼마나 진실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못된 놈들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도가니적 시각'을 만들어서 그 주변의 피의자들에게 그런 아픔을 또 안겨 줄 여지는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장애인 현장에 있으니까 이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못 할 겁니다.

 

(홍 목사는 도가니적 시각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밀알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학생을 체벌하다가 학부모의 거센 항의에 부딪힌 일이 있었다. 3년간 성실히 일한 선생님이었고, 체벌하게 된 상황도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렇지만 홍 목사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밀려 그 선생님을 지켜 주지 못하고 해고해야 했다고 한다. 도가니가 고발하는 실태는 문제이지만, 어디나 문제는 그런 양태로만 나타난다고 선입견을 가지면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윤실 이사장으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기윤실은 한기총 해체 운동을 해 왔는데, 어떻게 풀어 갈 계획인가요.

 

사실은 제가 손봉호 박사보다 한국교회에 더 아프게 말하고, 이동원 목사보다 10배는 더 강도 높게 비판하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한기총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한기총이 저한테는 시비를 안 걸어요. 저는 욕 듣는 것에 신경이 둔해서 영향을 덜 받는 편입니다. 또 기윤실도 자신이 펼치는 여러 운동들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이 정말 맞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제가 볼 땐 사변적인 데가 많습니다.

 

-은퇴 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 홍 목사는 은퇴 후에도 한기총 해체 운동, 은퇴선교사마을 건립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갈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은퇴선교사마을'을 지어 은퇴한 선교사들과 같이 기도할 생각입니다. 단지 은퇴한 선교사들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다시 선교하러 나가게 하는 곳으로 만들 겁니다. 그곳에서 세계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온라인 상으로 선교사의 상담자가 되어 주고, 선교 역사를 기록한 정보를 모아갈 겁니다.

 

그리고 워치타워(망대)를 세워서 선교 현장에서 어려움을 당할 때 구해 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선교 단체와 상관없이 도우려 합니다. 이러한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24시간 내내 주님을 깊이 묵상하면서 기도하는 일입니다. 나부터 그렇게 주님 만날 준비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경기도 가평에 부지 11만 6000평을 마련했습니다. 선교사 가족들이 왔을 때 함께 지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지었습니다. 올해부터 될지 내년부터 시작할지 아직 모르지만, 은퇴 선교사들이 지낼 100채를 지을 계획입니다. 터는 이미 닦아 놓았습니다. 패시브하우스(에너지 낭비를 막고 외부로 열이 새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의 주택)와 계단식 농장과 야외 음악당 등 내후년에는 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먼저 식당, 세미나실 등 1000평 규모의 공동 공간을 지을 계획입니다.

 

그곳에서 정말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내가 그분을 어떻게 만날지, 병상에서 잘 준비해 주님 앞에 가고 싶습니다.

 

(홍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워낙 강한 색깔을 갖고 있어서 자신이 <뉴스앤조이>와 대화하는 게 어울리나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걱정과 은퇴식을 앞두고 바쁜 일정까지 겹치면서 인터뷰 요청을 한 지 한 달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홍 목사는 정작 만나 대화해 보니 좋은 청년들인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한 시간 인터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홍 목사는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 함께 기도하자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의 한국교회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만을 간절히 구하옵니다. 저는 은퇴하지만 현장에서 후배들이 교회 회복을 위해 땀 흘려 수고할 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인터뷰 주재일 편집국장 / 정리 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