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02 다이어리에서...
오늘 목사님과 신대원 입학에 대한 문제를 나누다가 결혼에 대한 얘기가 또 나왔다.
목사님께서 결혼도 빨리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전에 당신에게 어떤 권사님께서 자기 교회에 미소가 아름다운 한 자매님이 있는데 중매 좀 해달라고 부탁하셨었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최근들어 결혼을 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 터였지만 막상 이런 얘기들이 나오면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늘도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자꾸 재촉을 하신다.
그래서 그럼 한번 만나나보죠..그랬더니 그런 식으로는 안된단다.
올 해 꼭 해야 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나님께서 길을 여시지 그렇게 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고 하시면서 계속 만나보겠냐고 하셔서 알았다고 만나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지만 영~~ 마음은 찜찜했다..
성격 급하신 우리 목사님...
나 있는 자리에서 바로 그 권사님께 전화를 거셔서 그 자매를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신다...ㅡ,.ㅡ;;
그러자 저 쪽 편에서 뭔가를 물어보시는데 나이가 얼마냐?...목사님이냐?...학력은 어떠냐?...대머리는 아니냐?(ㅡ,.ㅡ;)...전에 그 사람이 더 낳지 않겠느냐?는 등등 대화가 오가시는데....
느낌이 영...
괜히 또 하겠다고 했구나 싶은 후회가 사정없이 밀려왔다.
그분도 소개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이겠지만 결국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고 인생을 바라보는 기준이 결국 그것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나는 거기에 대해서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나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
나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바라보는 견해도 나는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기에 나는 다르게 살 수 밖에 없다.
내 인생의 가치가 바뀌지 않는한 나는 다르게 살 수 밖에 없다.
나는 정식(뭐가 정식인지는 몰라도)코스를 밟아서 목사가 되는데는 관심이 없다.
교회의 전임사역자가 되고 부목사가 되고 그러다가 담임목사가 되어서 어떻게 목회를 하겠다는 계획을 나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목회자가 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미 목회자다.
내가 신대원이나 다른 과정을 하든 안하든 무엇을 하고 있든 나는 하나님께 부름받은 목회자이다.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고 이것은 변할 수 없다.
다만 나는 틀에 짜여진 인생의 길을 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안정됨의 틀에 나를 안주시키지 않고 언제나 풍랑이는 바다에 배를 띄우고 하루하루를 주님과 항해하는 삶을 살고 싶다.
물론 나이가 더 들면 아마 안정된 길을 사모하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믿음으로 사는 삶(Faith Mission)을 살기로 부르심을 받았다.
물질이라는 것에 기반을 두지 아니하고 안정된 자리에 기반을 두지 아니하고 익숙한 사람들의 손길에 기반을 두지 아니하고 언제나 광야와 같은 길에서 주님의 만나와 메추라기로 살아가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이다.
한편 생각하면 참 힘들고 고단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살아보면 나름대로 재미와 맛이 있다.
그리고 환경이라는 것...그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만 있으면 환경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꼬들빼기나 씀바귀를 처음 먹을 떄는 모두 써서 뱉아 버리게 되지만 그 맛을 알게 되면....그 쓴맛 속에 들어 있는 깊은 맛 때문에, 아니 어쩌면 그 쓴맛 때문에 그 씀바귀를 더욱 찾게 되는 것처럼..
나의 삶의 길도 그러하다..
이 길을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이다.
이보다 더한 고통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을 기쁨이고 즐거움으로 알게 되면 이보다 더한 기쁨이 또한 없다.
나는 이 생활의 맛을 본 사람이다.
나는 다른 생활보다 이 생활이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활이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나는 그것이 부러워서 내 길을 돌이키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같이 함께 이 길을 걸어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도 내 주변에는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다만 그 사람들 중에서도 결혼은 또 다른 여러가지가 맞아야 하다는데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뿐이리라.
아무리 조건이 좋은 사람을 만나도..나는 이 길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과 이 길 중 택일을 하라면 나는 당연히 이 길을 택할 것이다.
물론 내가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렇게 쉽게 말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어쨋든 내 의지는 그러하다.
돈에 대한 편견은 돈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도 생긴다.
돈많다고 돈 없는 사람은 싫다고 하는 거나, 돈 없다고 돈 있는 사람들에 대해 피해의식을 같고 사는 거나 똑 같은 거다.
나도 돈에 대한 편견이 있다.
난 돈 많은 집안 여자와 결혼 하는 것에 대해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어짜피 나도 적응할려면 힘들테고, 우리 집의 궁핍함이 비교당하는 것도 기분이 좋지는 않으리라.(ㅡ,.ㅡ;)
살면서도 이런 암묵적인 외적 압력을 극복할려면 계속된 보이지 않는 내적, 외적 싸움들이 있을 수 있다.
분명한 소신과 확신이 있지 않고는 비굴해지기 쉽상이다.
내가 사람인한 이 편견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 온전하고 건강한 사람이 된다면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있으면 있어서 풍요롭고 자유로울테고, 없으면 없는데로 자족할 줄 알아서 자유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람을 보는데 있어서도 외모나, 학벌이나, 가문이나, 재산과 같은 외적인 것에 의해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 사랑에 기초한 깊고도 올바른 눈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난 돈 벌어서 싸놓고 살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정당하게 들어오는 돈을 일부러 차버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싸놓고 그 돈의 풍성함을 만끽하며 살만한 사람도 아니다.
그건 나의 부르심도 아니고 내가 소망하는 삶의 형태도 아니다.
아마도 난 그런 생활에 오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너무 빨리 적응을 해서 하나님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살아갈 수록 나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갖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른 것이 나는 별로 싫지 않다.
난 믿음으로 사는 삶에 부르심을 받았다.
하루하루 주님이 주시는 일용할 양식으로 살아가는 삶...
하루하루 하나님과 동행하며 사는 삶...
이 길을 찌들어 살지 않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일년에 연례행사처럼 몇번씩 있는 일이긴 하지만 지극히 외로울 때가 가끔 있다...
그리고 사실 이제는 혼자 사는 것이 좀 지겹기도하고, 재미도 별로 없다..^^;
결혼해서 지게될 짐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가만히 보면 짐을 안지고 간다고 편한게 사는 것도 아니더라...
삶에서 공짜는 없더라...다 알게 모르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며 보상을 받으며 사는 것이더라...
책임질 일 없이 사는 인생보다는 책임을 지고 사는 인생이 더 보람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더라...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간 시몬...
그렇지만 그랬기에 그의 인생이 더욱 값지고 의미있는 인생이 되지 않았는가..
인생도 그런 것 같더라..
부담스럽지만 남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며 사는 인생...
거기에 보람이 있고 기쁨과 위로와 행복이 있는 것 같더라...
주님!
결혼을 생각할때면 여전히 가슴이 활짝 열어지지가 않는군요..
아직도 과거의 아팠던 상처에 대한 후유증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님은 저의 처지를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지금의 저를 보면 결혼을 안하고 산다고 더 주님을 위하는 것 같지도 않고, 생활이 더 건실해지거나 성결해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ㅡ.ㅡ;;
주께서 저에게 은혜를 주시기를 원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갈수록 온전해지기는 커녕 더욱 부족함을 보게 되고 형편없는 인간의 실존만을 더 느끼오니 돕는 배필을 허락하여 주사 저의 어리석음과 저의 연약함과 저의 죄악됨을 면하게 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주여 들으소서..주여 용서하소서..주여 들으시고 행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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