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청빙기준,"직업인 아닌 소명인이어야"
기독일보 la@christianitydaily.com
입력 Jun 08, 2017 11:08 AM PDT
100주년 기념교회, 이재철 목사의 후임 관련 설교 내용 발췌
좋은 교회는 웅장한 예배당과 많은 교인 수, 그리고 많은 헌금액을 자랑하는 교회가 아니다. 좋은 교회는 하나님의 이끄심에 자신을 철저하게 일임하고 테바(그 방향과 속도를 하나님께서 온전히 주관하셨던 모세의 갈대상자나 노아의 방주)가 되는 교회이다. 그때 하나님께서 그 교회로 하여금 오늘 본문과 같은 신비로운 섭리와 은혜의 지도를 날마다 엮어가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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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이 시간에는 우리 교회 후임 담임목사 선정과 관련해서 잠시 보고드리겠다. 대부분의 교회가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우선 고려하는 것이 누가 현재보다 교세를 더 확장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누가 최악의 경우에도 현 교세를 위축시키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체가 CEO를 채용하는 기준은 될 수 있어도, 교회의 기준일 수는 없다.
교회가 그런 기준을 갖는 것은 교회가 주인이신 하나님의 테바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교회가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기준은 교인의 증가 혹은 감소와는 상관없이 누가 교회를 하나님의 이끄심만 쫓는 테바로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청회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교회에는 초기부터 후임 담임목사를 외부에서 청빙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다. 우리 교회에서는 부목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한국교회에서 부목사로 불리는 목사들이 담임목사 모집 공고에 응모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소위 더 큰 교회의 담임목사로 스카우트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한다면, 그는 소명인이 아니라 직업인에 지나지 않는다. 참된 소명인이라면 단지 더 큰 교회로 옮겨가기 위해 하나님께서 자기를 믿고 맡겨주신 현재의 교회를 내팽개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직업인이 아니라 오직 소명인인 목사만 교회를 테바로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처음부터 후임 담임목사를 내부에서 선임하기로 했었다. 우리 교회에서 훈련받은 목회자가 우리 교회의 정신과 소명을 바르게 지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오늘의 용어로 설명하자면 우리 교회에서 훈련받은 목회자가 우리 교회를 계속하여 테바로 지켜갈 수 있다는 말이다.
제 퇴임일을 2년여 앞두고 지난 달 상임위원회에서 후임 담임목사 내부 선임을 위한 9인 청빙위원회가 결성됐다. 그리고 청빙위원회는 세 차례에 걸친 논의를 통해 의외로 쉽게 결론을 도출했다.
지난 화요일,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그 분의 행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얼마나 컸는지는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재철 목사. |
우리 교회 청빙위원회에서는 이제 한국교회에서도 한 사람의 제왕적 담임목사에 의해 교회가 좌지우지되던 시대는 끝났다는 데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 제왕적 한 사람의 담임목사가 기업 총수처럼 처신한다면 교회는 기업으로 전락한다. 제왕적 담임목사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내세우면 교회는 정치집단이 된다.
제왕적 담임목사가 돈이든 이성이든 명예든 욕망의 덫에 빠지면 교회는 이내 분란에 휩싸이고 만다. 어떤 경우이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인들의 몫이기 마련이다. 청빙위원회는 후임 담임목사의 업무를 4개의 전문 분야로 나눠 4명의 목사님으로 하여금 공동 담임목회를 하도록 했다.
영성총괄 담임목사로는 부산대 영문과와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정한조 목사님을 선정했다. 제 부재중에 주일 강단을 지켰던 영성과 신실성, 성실성과 온유함에 대해서는 교우 여러분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정 목사님은 주일 설교와 각종 성경공부를 책임지게 될 것이다.
교회학교 총괄 담임목사로는 이영란 목사님을 선정했다. 성결대 신학과와 서울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2005년 9월부터 교회학교를 맡아 기틀을 닦았던 이 목사님은 원칙이 분명하고 교역자들 가운데 가장 통솔력이 뛰어나며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남다른 역량을 지니고 있다.
목회총괄 목사로는 김광욱 목사님을 선정했다. 경북대 화학과와 포항공대 연구실 박사연구원,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매사에 치밀하고 정확하다. 다섯 자녀를 둔 가장답게 넉넉한 아버지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교구와 각 봉사팀 관리 등 목회 전반에 걸친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대외업무를 총괄할 목회자로는 김영준 전도사가 선정됐다. CGN TV PD로 일하면서 일본 CGN TV를 개국했다.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교육인간과학부와 서울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장신대 세계선교대학원을 거쳤다. 내년 9월 이후 목사 안수를 받을 예정이며 탁월한 창의력과 추진력, 친화력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마음 속에 온 세계가 품겨져 있다. 헌금의 50%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교회의 대외 업무를 총괄하기에 김영준 전도사님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상과 같이 결정된 안을 지난 5월 상임위원회에 상정했고, 6월 비밀투표로 가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3 출석에 2/3 찬성으로 가결되면, 14일 수요일 정관에 따라 운영위원회 결의를 거치게 될 것이다. 운영위원회에서도 2/3 이상 출석에 2/3 이상 찬성하면 이 안은 확정된다. 그 경우 저는 남은 임기 동안 그 분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 분들의 임기는 제가 퇴임하는 2019년 6월 셋째 주일부터 시작될 것이며, 1년이 경과한 시점에 전 교인이 참여하는 신임투표를 거치게 될 것이다.
주일 설교는 영성을 총괄할 정한조 목사님이 한 달에 세 번 담당하고, 나머지 주일에는 세 분 목사님이 돌아가며 하게 될 것이다. 네 분의 목사님들은 각각 자기 분야를 책임지면서 또 함께 더불어 교회를 운영할 것이다.
내부 회의는 이영란 목사님이 주재하고, 외부적 교회를 대표할 책임은 예장 합동 교단 소속인 김광욱 목사님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다음 달 상임위원회나 운영위원회에서 만약 이 안이 부결되면 차선으로 절차에 따라 외부 청빙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이와 관련해 이번 수요일 구역장 성경공부 후 운영위원들을 위한 설명회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운영위원인 구역장님들께서 모두 참석해 주시길 바란다.
100주년기념교회 후임 담임목사가 되는 것은 면류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십자가를 지는 일이다. 제 자신의 이야기를 오해 없이 들어주시길 바란다. 저는 지난 12년 동안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직을 수행해 오면서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는 제왕적 담임목사의 특권과 특혜를 스스로 철폐하기 위해 애써 왔다.
우리 교회는 전임목회자들에게 사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담임목사도 포함돼 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집이 교회 별관이라 불리는 것은 우리 교회가 창립되기 20년 전부터 우리 가족이 그 집에서 살았고, 우리 교회가 창립된 이후에는 제 가족이 그 집을 교회에 헌납했기 때문이다. 2년 후 제가 퇴임하면 저는 그 집을 떠나 시골로 낙향해서 제 남은 생애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는 퇴임 후에도 원로목사로 남아서 죽을 때까지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우리 교회가 창립된 이후 교회에서 제게 새 승용차를 제공해 주려고 하는 것도 제가 사양했다. 현재 제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 카니발은 12년 전 우리 교회가 창립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제 차량을 교회 명의로 바꾼 것이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의 봉급은 봉급이 많은 전임교역자와 겨우 10여만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안식월과 자녀 학자금 지원 같은 복지도 전임교역자들과 동일하다. 담임목사를 위한 판공비도 1원도 없다. 개인비서나 기사도 없다. 앞으로 저를 이어 공동 담임목회할 네 분들이 그 정신을 계속 이어가게 될 것이다.
지난 목요일 상임위원회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네 분의 목사님들을 만나서 청빙위원회에 의해 후임 공동 담임목사로 청빙됐음을 통보했다. 먼저 입을 연 분이 "No"라고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제가 "안 된다"고 했다. 이것은 소명으로 순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소명인인 목사만 100주년기념교회를 계속해서 테바로 지킬 수 있다.
100주년기념교회는 그 동안 교회다운 교회를 일구기 위해 상임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 의한 교회 운영, 장로 권사 호칭제 실시, 주일예배 시간 전 교인 기도제 실시 등 없던 길을 만들어서 왔다. 그리고 이제 네 명의 담임목사에 의한 공동 담임목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 저는 소명인인 정한조 목사님의 영성과 신실성, 소명인인 이영란 목사님의 원칙과 통솔력, 소명인인 김광욱 목사님의 정확성과 치밀성, 소명인인 김영준 전도사님의 창의력과 친화력이 한데 어우러지면 저처럼 부족한 사람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주님께서 귀하게 쓰시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랑하는 교우, 그리고 청년 여러분. 그 네 분들을 위해서, 우리 교회 미래를 위해서, 나아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우리 모두 우리 인생의 항로와 속도와 멈춤 여부를 철저하게 하나님께만 일임하는 테바로 살아가자. 그때 우리 각자의 삶은 한 사람을 살리는 모세의 갈대상자, 이 시대를 살리는 노아의 방주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가 모인 100주년기념교회를 통해 이 시대를 위한 당신의 신비스러운 섭리와 은혜의 지도를 날마다 엮어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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