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에 대한 영적 돌봄1
편집부
호스피스는 전인적 돌봄을 통하여 환우들의 전인적 건강을 지향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인간은 영적 존재로서 영적 평안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말기 환자는 영적 고통이 심한 상태에 있으므로 이들이 영적 평안을 이루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친밀하고 신뢰받는 인간관계형성, 영적 상태의 파악과 사정, 영적 돌봄 계획수립과 실행의 3단계를 통하여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 자신이 영적으로 성숙하도록 힘쓰며, 팀원모두가 협력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금번 호부터 ‘말기환자의 영적 돌봄’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본 자료는 국립암센터에서 제공한 교육강사용 교육자료 및 본회가 교육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학습목표
■ 말기환자와 가족의 영적 고통을 이해하고 영적 평안을 이루도록 돕는 일이 중요함을 인식한다.
■ 영적 돌봄의 3단계 방법을 숙지하고 적용한다.
영적 돌봄은 호스피스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본질적인 부분 중의 하나다. 그러나 많은 호스피스 팀원들이 영적 돌봄은 모호하고 어렵다고 느껴 잘 접근하지 못하고 성직자에게만 맡기는 경향이 있다. 혹은 자기가 가진 종교를 전하거나 기도해주는 것이 곧 영적 돌봄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영적 돌봄이 그렇게 모호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만 확실히 체득하면 누구나 영적인 면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영적 돌봄의 비전문가들이 환자의 영적 문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영적 돌봄에 관하여 생각할 때 어떤 종교나 영적 신념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총론적 부분과 각 종교나 영적 신념에 따른 각론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총론부분만 다루고자 한다.
● 인간의 영과 영적 욕구
1) 인간존재와 영
<그림1> <그림2>
(1) 인간은 영(영혼 spirit), 정신(마음 soul), 육체(몸 body)가 통합된 하나의 유기체로서
절대자(신)혹은 절대원리, 자기 자신, 타인, 자연과의 관계에서 조화를 이루고 살도록 된 존재다.(그림1)
(2) 영(靈 spirit)이란 무엇인가?
먼저 영(spirit)의 어원을 살펴보면 히브리어‘루아흐ruah’, 헬라어 ‘프뉴마pneuma'로서‘바람, 숨결, 호흡’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생명의 본질 혹은 에너지’라는 뜻으로 사용되어졌다.(성서대백과, 1980) 다시 말하면 영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원리나 활력으로서 사람의 모든 정신적 활동의 근원이 되는 실체라 할 수 있다.(Webster, 1978; 민중서원 국어대사전, 1995)
이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서(그림1), 인간의 다른 측면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며(그림2) 특히 혼적(정신적)측면과 혼돈되기 쉽다. 영은 절대자(초월자, 신)와 관계를 맺는 부분으로서 인간의 다른 부분을 통합하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인식하고 그 성취를 추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인종, 문화, 가치관, 종교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대략 절대자(신)와의 관계를 내포하는 수직적(종교적) 측면과, 자기 인생의 의미나 목적을 지각하는 것을 내포하는 수평적(실존적) 측면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Morberg, 1984) 비유한다면 나무의 뿌리나 세포의 핵과 같은 부분이 영이라 할 수 있다.
2) 영적 욕구
영적 욕구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신체적 욕구, 정신적 욕구, 사회경제적 욕구, 영적 욕구)중의 하나로서 가장 근본적인 욕구(궁극적인 욕구)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영적 평안과 만족을 얻으려는 욕구로서 다음과 같이 네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콘라드,1985). 이것들은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심리적 욕구와 겹쳐져 나타나지만 더 깊이 살펴보면 심리적 욕구의 뿌리가 되는 영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1)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알고 추구하려는 욕구
나의 존재자체와 나의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나 살고 있는가, 병은 왜 생겼는가, 그것은 나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알고자 한다. 이것은 삶의 무의미나 허무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욕구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여 의미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는 욕구라고도 할 수 있다.
(2) 용서에 대한 욕구
인간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때 누구나 후회와 아쉬움을 가지게 되며, 이에 대하여 일종의 죄책감을 느껴 용서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뭔가 뚜렷지 않아도 절대자(삶의 초월적 주관자)로부터 잘못을 추궁당할 것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이기도 하다. 죄와 죄의식에서 해방되고 싶은 욕구이며 또한 타인을 용서해주어 화해로운 관계를 이루고 싶은 욕구이기도 하다.
(3) 관심과 사랑에 대한 욕구
신이나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자하는 욕구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특히 말기환자들은 과거에 사랑을 나누었던 이들을 매우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어한다. 사랑받고 또한 사랑하고자 하는 이 욕구는 매우 강한 영적 욕구이다. 인간은 사랑의 관계에서만 근본적으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인 고독의 고통(마더 데레사,1997)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라 할 수 있다.
(4) 희망에 대한 욕구
절망적 환경일수록 희망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완전한 절망을 견딜 수 없다. 조금이라도 희망의 빛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말기환자들은 현실적으로 증세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희망하며,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해도 더 나은 형태의 죽음에 대한 희망, 남는 가족의 행복에 대한 희망, 그리고 죽음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희망을 원한다. 희망의 욕구는 절망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깊은 영적 욕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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