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목회자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난 뒤 질의응답 시간이었어요. 한 작은교회 목사가 손을 들고 이러더군요. '우리는 이단보다 큰 교회가 더 무섭습니다.'"
경기 고양시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중 하나인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58) 목사는 18일 "한국교회는 교회가 교회를 잡아먹는 구조"라며 이렇게 말했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 대표를 맡아 개척교회 돕기운동에 앞장서는 정 목사는 그날 세미나에서 더 충격적인 이야기도들었다. "다른 목사가 상기된 얼굴로 저를 향해 '목사님은 위선자'라고 내뱉고는 세미나장을 나가 버리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파주에서 목회를 하다 교회 문을 닫은 분인데 우연히 주일에 저희 교회 앞을 지나다 북적거리는 신자들을 봤던 거예요."
한국교회의 70%는 교인이 100명 미만이다. 절반이 신도가 30명이 안 된다. 목사가 대리운전이나 택배 일을 하고 사모가 아르바이트를 해야 목에 풀칠이라도 한다. 큰 교회가 하나 생기면 근처에 있던 개척교회 몇 십개가 죽어 나가는 것이 한국 개신교계의 현실이다. 이쯤 되면 세상의 양극화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 목사는 "교회란 원래 가난한 교회, 대형교회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모든 교회는 하나라는 것이 바로 공교회 정신"이라고 말했다.
작은교회 돕기운동은 거룩한빛광성교회를 비롯해 울산남교회, 상암동교회, 정릉교회, 오삼능력교회 등 지역의 거점교회들이 작은교회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선교, 예배 등 자립을 위해 필요로 하는 인적,물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광성교회의 경우 현재 70개를 형제교회로 삼아 매주 전도팀을 보내고 전도 비용이나 전도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예배팀도 편성해서 보내고 전 후반기로 나눠 목회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교회 3대 목표 중 하나로 '상식이 통하는 교회'를 내세운다. 작은교회 돕기를 포함해 광성교회의 상식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정 목사가 교인들과 함께 16년 전 개척 당시부터 만든 규약 때문에 가능하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는 정년이 65세다. 원로목사 제도는 아예 없다. 담임목사도 6년마다 교인들에게 신임을 묻는다. 장로는 6년 단임으로 65세까지만 한다. 청년회장, 안수집사회장, 권사회장, 남선교회장, 여전도회장, 재직회위원장 대표 등 6명이 기관 당회원으로 들어와 1년 동안 권한을 갖고 교회운영을 주도한다. 광성처럼 큰 교회의 경우는 거의 이런 사례가 없다.
교회 재정 공개도 제1원칙이다. 정 목사는 개척하고 3개월이 지난 뒤부터 돈 처리를 교회 재정부로 일임했다. 분기별로 회계보고서를 모든 교인들에게 인쇄해서 나눠준 뒤 검토해 보고 다시 전체 회의를 열어 토론을 벌인다. 이런 회계보고서와 증빙서류를 들고 관할 세무서에 교회 수입에 대한 세금을 내겠다고 찾아간 것도 상식적인 교회 운영의 일환이다. 투명한 회계와 함께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배분이다. 광성교회는 교회 수입의 "51%를 외부에 쓴다"는 원칙이 있다. 지난해 경우 경상비로 쓸 수 있는 60억원 중 30억 이상을 바깥 활동에 지출했다. 정 목사는 이런 규약의 정신을 "자기포기"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천사 소리를 해도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어서 포기가 안 된다"며 "그래서 자기 개혁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성장은 1980년대로 끝났다고 말한다. "2005년 통계청 조사에서 개신교 신자 수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더 이상 외형적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이제는 성숙으로 가야 합니다. 자발적인 가난을 추구하는, 프란치스코 같은 영혼의 성숙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거룩한빛광성교회의 교인 재적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1만 4,000여 명에 육박한다. 교회 본당 외에도 복지관, 학교 등 건물도 여러 채다. 광성 역시 "교회의 적정한 규모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교인들과 함께 광성 역시 계속 줄이는 것을 생각해 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2013. 4. 26. 한국일보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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