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교회로 돌려보내는 '이런 교회'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 2014/10/31 03:02
"지금 교인은 몇 분이시죠?"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성인이 한 380명에 어린이가 200명쯤 출석하나? 저는 담임목사로 있는 동안 한 번도 재적 인원을 모르고 살아서요."(임종수 원로목사) "저희 교회가 숫자를 잘 헤아리지 않다 보니…."(박명룡 담임목사)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개화산 자락의 큰나무교회. 마주 앉은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교회의 기본적 숫자에 깜깜했다. 그뿐 아니다. 이들은 교회 다니겠다고 멀리서 찾아온 사람에게 "집에서 가까운 교회 다니라"고 돌려보내고, 남편이 반대하면 "교회 나오지 말고 집에서 혼자 예배드리라"고 권한다. 속으로 '이런 교회도 있나' 싶다. 그래서일까, 최근 임 목사가 크리스천 프리랜서 박명철씨와 함께 큰나무교회 33년 역사를 정리한 책 제목이 '이런 교회'(토기장이)다.
임 목사의 목회 인생은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이상적 교회상을 세우는 것이었다. 출발은 1977년 서울 봉천동에 20평짜리 방을 얻어 설립한 '어린이 교회'. 왜 교회에서 어린이들은 찬밥 신세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이발소에 가면 학교처럼 '차례차례'가 아닌, 어른 먼저 깎아주고 아이는 맨 나중 차례로 돌리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문제의식이었다. 또 딱 주일 하루 교회에서 성경 배울 게 아니라 어린이 눈높이에서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신앙을 가르쳐보자는 취지였다. 줄곧 교회에서 어린이 교육을 담당했고, 한때 보육원에서 총무처럼 일하며 아이들을 돌봐온 그는 당시 맡고 있던 미술 잡지 편집장 자리를 그만두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1980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주변에선 말렸지만 임 목사는 "우리 아이들이 어른 집사 다섯보다 낫다"고 맞받았다.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시은(施恩)'으로 이름을 바꿨던 교회는 1997년 서울 방화동으로 옮기면서 '큰나무교회'로 변신했다. 봉천동을 떠나올 때 출석 교인은 35가구. 이들은 교회가 이사하면서 모두 새로 교인 등록을 했다. 혹시라도 부지불식간에 텃세를 부려 방화동에서 새로 나올 교인들이 위화감을 느낄까 싶어서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 임 목사 역시 그때까지 54년간 '림종수'로 써오던 이름을 '임종수'로 바꿨다. 교회 이름을 '큰나무'로 정한 것은 교회 바로 옆에 수백년 된 큰 나무들이 있었기 때문. 물론 마태복음의 '겨자씨' 비유를 염두에 둔 작명이기도 하다. 겨자씨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이지만 다 자라면 새가 앉을 수 있다는 비유다. 임 목사는 그러나 '큰나무' 역시 나무의 덩치보다는 나무가 드리우는 그림자가 커지기를 바랐다. 교인 수가 늘어나는 '성장'이 아닌 선(善)한 영향력의 확대를 바란 것.
개화산의 온갖 꽃을 직접 찍어 달력을 만들고, 동네 잡지를 만들어 돌리고, 교인·비교인(큰나무교회에선 '미등록 교인'이라 부른다) 가리지 않고 장학금을 나눠주는 등 신앙을 삶과 행동으로 보여줬다. '평신도'란 말도 없앴다. "목사가 위가 아니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전도지 들고 교회 밖으로 나가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게 10여 년을 지내는 동안 교회는 어린이 신자들과 그 부모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지역에서 존경받게 됐다. 인근엔 '큰나무' 이름을 딴 학원과 병원도 생겼다.
은퇴 후 기독교방송 등에서 한국 교회가 변해야 할 이유를 설교·강의하느라 또 바빠진 임 목사는 "교회는 주유소, 교인은 자동차. 주일은 서론, 월~금요일이 본론"이라고 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운 자동차가 월~금요일 성실하게 달린다면 교회를 보는 세상의 눈도 바뀌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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