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 요즘 한국 사회에서 정말 듣기 힘든 말이 됐다. 한국의 교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패'다. 사회의 상식으로도 통하지 않고 세상의 눈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불통의, 비상식의 장이 바로 한국의 교회다. 처참하지만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세습, 성 스캔들, 맘모니즘, 목회자 세금 문제 등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이 작금의 한국교회다.
더군다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대형교회에서 위와 같은 문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모든 한국교회가 고여있는 물과 같이 썪어버렸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참담한 상황 속에서 건강한 교회, 상식이 통하는 교회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있다. 일산 서구에 위치한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시무)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섬기는 교회', '상식이 통하는 교회',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라는 세가지 목표를 세워 한국교회 개혁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거룩한빛광성교회의 담임목사 정성진 목사를 만나 교회의 성장과 교회가 품고 있는 가치와 방향, 한기총 사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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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룩한빛광성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정성진 목사 ⓒ크로스로 |
현재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성장한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오히려 성장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목회를 하며 한 번도 수적 목표를 얘기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목회를 시작할 때부터 교회를 크게 성장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어떤 성장의 DNA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인구가 도시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교회와 다르게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 같다.
교회의 3대 목표와 5대 비전에 대해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이 목표와 비전이 목사님의 목회이념과 목회철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해달라.
개척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3대 목표 하나는 정해 놓았었다. 마가복음 10장 45절. 종으로 오신 예수님. 섬기러 오신 예수님. 이 말씀을 생각하며 교회는 군림하는 것이 아닌 섬김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섬김은 하나님을 섬기는 예배 그리고 지역사회, 이웃을 섬겨야 한다. 그리고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다. 평신도 지도자들을 세우고 평신도 목회를 꿈꾸는 교회다. 또한, 교회학교와 일반학교를 세워 미래의 주역을 키우는 후학을 길러 내는 교회다.
마지막으로 상식이 통하는 교회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가장 불통이다. 안 통한다. 그래서 통하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회의에서는 모든 말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누구의 눈치를 봐서, 담임목사의 눈치를 봐서 좋아할 말만 하는 그런 회의가 아닌 전부 들을 수 있는 소통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는 당회를 청년부 및 모든 부서가 당회원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교회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영적인 의미가 있는데, 우리에게는 기적이 하나님께는 상식이고 일상적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상식인 기적이 날마다 일어나는 교회를 꿈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3대 목표를 세우게 됐다.
교회의 5대 비전도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5대 비전은 개척 8년 만에 교회를 옮기게 되면서 새로운 비전을 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5대 비전은 동심원 원리에 착안해 세웠다. 첫째, 지역사회의 문화 중심이 되겠다. 지역사회를 거룩하게 하는 문화의 진원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둘째,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고양시와 파주시를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성시화 본부가 되겠다는 것이다. 한 교회의 힘만으로 성시화는 힘들다. 이 지역의 모든 교회가 서로 손잡고 꿈을 키워야 성시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섬기고 희생해서라도 같이 잘 되겠다.
셋째, 한국교회의 개혁모델을 제시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화두 중에 가장 큰 것이 개혁이다. 자신을 개혁하고 교회를 개혁하고 사회를 개혁한다는 것이다.
넷째, 우리 교회가 있는 이 지역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가 북한 선교를 위한 전초기지가 되는 것이다.
다섯째, 세계선교 중심 센터. 사도행전 1장 8절에 나오는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 이런 개념으로 5대 본질을 비전으로 제시하게 됐다.
목회의 자리에서 목사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는 무엇인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 죽임이다. 목회자가 명예의 자리를 탐하고 그 자리에 실제로 나가는 것,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천주교나 불교는 이판승, 사판승이 갈라진다. 그들의 사판을 보면 썩은 것 같지만, 이판승이 있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천주교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 한국 개신교가 철저하게 이판으로 가겠다, 사판으로 가겠다, 정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수도사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교회가 크면 벼슬하는 것 아니다. 목회자들이 교회를 발판으로 출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목회자의 자리는 희생하는 자리다. 아사교회생.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살고, 내가 죽어야 교계가 산다.
교인들 보니 목사님이 희생하시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그런 모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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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정성진 목사 ⓒ크로스로 | 사례비 적게 받는 것이다. 현재 460만 원을 받고 있다. 사례비 받은 그대로 교회에 바친 게 여러 해 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계산을 어떻게 안 하겠느냐? 아직도 15년 동안 교회에서 받은 것보다 교회에 바친 것이 배가 많다. 있던 아파트도 바쳤다. 그리고 10년 동안 사례비를 280만 원 받았다. 내가 부목사 시절엔 월 300만 원을 받았다. 내 부목사 시절보다 사례비를 적게 받았다. 그러다 보니 부목사들의 사례비 문제가 생겨 요즘 들어 460만 원을 받고 있다.
교회가 성장했다고 목사가 사례비를 많이 받는 것은 죄라고 생각한다. 개신교 안에 천주교와 같은 사례비 체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목사들의 차를 교회 예산에 비례해 정하는 식의, 세상방식과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이 유치한 것 같아도 정해 놓지 않으니 말썽이 나는 것이다. 이를 교단 측에서 정해야 하지만 듣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 보면, 현실적으로 가족에게 잘하는 것이 힘들다. 목회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가족 때문에 모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안 된다. 가족 때문에 돈을 모아야 한다. 그러면 목회가 아니라 장사를 해야 한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후에 어떻게 지내실 계획이신지?
나도 걱정이 된다. 모아 놓은 것이 없으니 뭘 하고 살지 고민이 된다. 내가 가진 생각 때문에 그렇다. 교인은 청부론, 목사는 청빈론이라고 생각한다. 목사는 가난을 자처해야 한다. 나는 솔기가 떨어진 양복이 좋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이런 것이 좋다. 본질적으로 목사는 지금 망한 사람, 지금 아픈 사람에 마음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목회를 바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교회 개혁모델이 중요한 것 같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 중 다른 교회에서도 실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개혁에 관한 한 최선을 다했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았다. 6년마다 신임투표제, 65세 은퇴, 원로 목사 제도 철폐, 보너스 없는 것, 당회에 청년회장 들어오는 것. 여자 장로 등 한국교회에서 개혁이라 할 수 있는 고칠만한 것들은 거의 다 실천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한국교회가 교인들의 손에 의해 교회가 움직이도록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인 제사장, 평신도 사역을 지향해야 한다. 병신도 만들지 말고 똑똑한 평신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똑똑한 평신도를 만들기보단 충성당원을 만든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과감하게 지도력을 나누고 당회를 바꾸는 것이다. 당회를 운영위원제도로 희석시켜야 한다. 그것이 반드시 청년회장, 여전도회 회장 등 각 부서에서 당 회원으로 임기제로 1년씩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운영의 제도를 바꾸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바뀔 수 없다.
한국교회 갈등 중 하나가 장로와 목사의 갈등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당회에서 싸우게 되는 것은 주도권, 자기 고집 때문이다. 대부분 장로와 목사의 갈등은 교회를 위해서가 아니다. 진리 문제를 놓고 싸움하지 않는다. 재정문제, 인사문제를 갖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각 영역의 분립이 필요하다. 목사의 목회에 관한 영역은 장로 측이 인정해줘야 한다. 목사는 재정에 관련한 것은 재직 에 돌려줘야 한다. 이렇게 각 영역에서 각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한기총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았으나 한국교회연합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편성됐다.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한국교회연합도 안 된다. 왜 안 되느냐? 한기총, 요번에 홍재철 목사, 길자연 목사가 다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회에서 한교연을 만드는 것을 허락해 준 적이 없는데, 파송 받은 총대들이 나가서 만들었다. 그렇다면 총회에서 추인을 해줘야 할 문제가 남는다. 즉, 법적인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름도 다르게 해서는 다른 기관이 된 것이다. 합해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회장은 누가 하느냐? 무슨 대표성이 있는 사람들이 나와야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사람이 해서 어떻게 문제를 헤쳐나갈 것인가. 한국교회는 명예에 눈먼 사람들이 감투싸움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말 한국교회를 살리기 위한 운동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전 대표기관을 불인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나 되지 못하는 기독교연합체들을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고 완전히 돌아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또 다른 하나의 연합체가 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이신데, 미래목회포럼의 소개와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이번에 미래목회포럼이 9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한국교회 목회자들 모임 가운데 가장 건강성을 지켜온 모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래목회포럼에서도 대표 이사장을 역임하고 교단장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미래목회포럼을 출세를 위한 디딤돌 역할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다. 이것이 미래목회포럼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대표 이사장 직무 수행 중 교단장으로 나갈 마음을 먹었을 때는 즉각 사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는 전부 인간관계의 문제와 자신도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바른 소리를 내지 못한다. 나는 그것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나팔이 분명한 소리를 내지 못하면 녹여버려야 한다. 깨야 한다. 바른 소리를 내야 한다. 확실한 소리를 내야 한다.
목사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목사님의 성장기는 어떠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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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어린 시절 성장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정성진 목사 ⓒ크로스로 | 나는 7남매 중 막내라 공부라고 하는 작은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자라게 됐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고, 공고를 나와 공사판 노동자의 삶을 사는 등 삼류 사람들의 과정을 겪어본 것이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인생을 폭넓게 해줬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혀줬다.
학교에서는 동아리 선배들을 통해 민중 신학을 접하게 됐고, 재판받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데모하는 곳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했던 것이 지도력을 키워준 것 같다. 즉, 좌측과 우측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이후 이러한 경험들을 하나님께서 예수 믿고 거듭난 후에 플러스로 얹어 주셨다. 그때부터는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성실하게 살았고 철저하게 살았다.
요즘 운동권 출신 대형교회 목사라 불리시는데?
운동권 출신 목회자 중 대형교회 목회자는 없을 것이다. 내 안에 혁신적 정신이 들어온 것은 분명 운동권에 뿌리가 있다. 하지만 목회하는데 한쪽에 서 있다면, 공동체에 평화가 없다. 학생 운동을 했던 경험과 보수적 교회의 토양을 경험한 것이, 좌와 우를 다 경험한 것이다. 이 경험이 교회를 평화롭게 하는데 큰 DNA로 작용했다. 내가 운동권에 없었다면 교회를 성장시킬 수는 있었겠지만, 개혁의 모델이 어떻게 되었겠는가? 그것은 부끄러운 모델이 되는 것이다. 왜 큰 교회는 많은데 모델 소리를 못하느냐? 부끄러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탄광촌에서도 목회하셨던데, 당시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금광. 광산이 폐광되면 살 만한 사람은 다 떠난다. 병자와 가난한 자들만 남는다. 당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겠다고 결심했었다. 여기서 가난과 무지와 질병과 범죄가 형제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이들은 다 함께 돌아다닌다. 가난한 사람이 선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이 필요하니까 그들을 찾아가셨듯 교회도 그런 사람들의 벗이 돼줘야 한다. 그것이 교회다. 우리가 가진 힘, 은사, 물질, 재주, 전부를 흘려보내는 교회가 돼야 생명을 전하는 교회라 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크로스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