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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교회와 기독교인의 예수-따름에 대해

김노섭-열린문 2020. 3. 5. 13:45

교회와 기독교인의 예수-따름에 대해
---공적 영역에서의 헌신이 필요할 때

지난 주(2월 25일)에 “온라인 주일 예배에 대해: 생명 살림과 배려의 마음이 필요할 때”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오늘은 그 후속으로서, 국가적 재난 앞에서 교회와 기독교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나누려 한다.

1. 교회: 교회는 공교회(公敎會)이다. 교회는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사적(私的)인 사람들을 모아둔 장소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종교적 영역, 사적인 영역에 안주하는 것에 익숙해있다. 교회의 관심, 예산 집행, 봉사가 모두 자신의 교회에 집중되었다. 지역의 개교회가 공교회의 역할을 상실함으로, 교회 자체가 사사화(私事化) 되었다. 이러는 동안 교회는 사회의 신뢰를 잃었고, 공적인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도 상실했다.

2.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은 종교적인 수도사가 아니었다. 그는 내면적 성찰에 몰입하는 고독한 수행자도 아니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고, 공개적으로 죄인들과 식사했으며, 안식일에 공개적으로 병자를 치유했다. 예수님이 행한 기적과 치유도 유대의 종교 지배계층과 로마 당국 모두에게 위험한 행동이었다. 예수님은 종교적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예수님에게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구별은 없었다. 예수님의 삶이 공적인 삶이고, 예수님 자신이 공적인 존재였다. 예수님의 죽음은 한 개인의 사적인 죽음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부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한 랍비가 홀로 부활했다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예수님의 부활현현은 추종자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향한 사명을 지시했다.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생명의 소망이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의 선포에서부터 죽음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공적이었다.

3. 기독교인: 기독교인은 개인이지만 동시에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다. 기독교인은 사적 인간이 아니다. 사적인 인간은 신앙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그리스도도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둔다. 기독교인이 사사화되면, 교회는 사적 인간이 모이는 집단이 된다. 기독교 신앙은 결코 사유화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자신의 결단에 의해 믿음에 도달했다고 느낄지라도, 그것은 개인의 신앙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선행될 때, 인간은 믿음으로 나아간다. 믿음은 인간의 내면적 자각이나 종교적 수행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믿음의 결단은 하나님의 선물이고 은혜인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하나님의 허락하심 속에서 인간은 감히 ‘나는 믿습니다.’(credo)라고 고백한다. 그러므로 믿음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인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이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은, 그 자신이 교회라는 공적이고 책임적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4. 예수-따름: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때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또한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2주간 많은 교회가 주일에 모여 성전예배를 드릴지에 대해 논의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주제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 논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교회는 즉시 봉사단을 꾸려서 사회적 봉사를 해야 한다. 고통의 장소로 가야 한다. 예수님은 이미 거기에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계신다.(막 14:28) 많은 자영업자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영세민, 결손가정, 장애인, 독거노인, 이주 노동자처럼 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더 크다. 교회는 지금과 같은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사회적 기구와 연대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야 한다. 또한 각 교회가 모아둔 재정이 있다면, 지금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위해 사용해야한다. 교회가 물질이 없어질까 해서 걱정되는가? 두려워하지 말자. 교회는 본래 물질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 아닌가? 기독교인들은 작은 액수라도 기부를 하든,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좋겠다. 여력이 없으면 1,000원 기부도 좋고, 구청이나 시민단체에 신청해서 작은 일이라도 나누었으면 한다. 신문만 봐도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기독교인의 신앙, 곧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이웃을 향한 헌신, 사랑, 생명살림을 통해 그 진정성이 확인된다.(요일 4:20) 이때 기독교 신앙은 살아있는 신앙이 되고, 공적 신앙이 된다.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다.
주님께서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2020.3.4.
김동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