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게 뭐죠?" 예배가 끝나자 한 교인이 묻는다. 목사는 하나님을 만난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 다른 사람 이야기니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질문한 교인이 다시 질문했다. 이번엔 옆에 앉은 다른 교인들이 각자 회심했던 순간을 얘기하며 목사를 거들었다.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모임은 오후 1시가 돼서야 끝났다.
매주 일요일 질문하는교회(신동열 목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다. 교회 이름처럼 교인들은 예배가 끝나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진다. 교회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 신앙생활하면서 품었던 의문이 편하게 나눠진다. 자기 고민을 말하는 이도 있다.
▲ 신동열 목사는 청년들이 자기 고민을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목사와 교인이 몇 시간 동안 얘기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교회 이름도 특이하다. 신동열 목사는 "청년들이 마음껏 질문하고 속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역하며 청년들을 상담하는 일이 많았어요. 기성 교회를 비판하다 신앙에 회의를 갖는 친구도 있었죠. 무엇보다 자기 문제를 공동체에 얘기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교회나 신앙에 대해 생기는 의문을 자유롭게 털어놓을 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척 과정도 유별나다. 지난 6월 신동열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SNS에 개척 소식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교인을 모집하는 내용도 담았다. 단, 조건을 하나 달았다. "질문 있는 사람만 오세요." 한 주 만에 청년 세 명이 찾아왔다. 예배가 끝나자 온갖 질문이 쏟아졌다.
"하나님이 존재하는 걸 어떻게 증명해요?"
"왜 목사님들은 다 권위적이죠?"
"교회에 꼭 나가야 하나요?"
고민·의심하는 청년만 오세요
질문하는교회 교인들은 모두 청년이다. 중·고등학생 때는 열심히 교회에 나갔는데 성인이 되어 발길을 끊은 이가 있는가 하면 교회 봉사에 지쳐 도망쳐 온 이도 있다. 목회자 문제에 상처받고 교회를 떠난 이도 있다.
"한 청년은 성인이 되면서 신앙에 회의를 가졌어요. 교회 안에서 임원도 하고 봉사도 했지만 정작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했던 거예요. 신앙을 점검하지 못하고 교회 일에만 매달려 온 거죠. 교회에 이런 친구들이 은근히 많아요. 예배 잘 나오고 봉사 열심히 하니까 주변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죠."
한 교인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초대형 교회에 출석했다. 어릴 때부터 다닌 교회다.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에게 여러 부정이 발견되면서 교인들이 갈라지고 교회가 시끄러웠다. 신앙을 지키기 어려웠다. 기독교에 회의를 느끼고 교회를 떠났다.
"한 30대 미혼 청년은 소외감 때문에 교회를 나왔대요. 요즘은 결혼하지 않는 30대 중·후반 청년들이 많잖아요.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낀대요. 자기 문제에 공감해 줄 관계가 없대요. 청년부에 나가기에는 나이가 많고 교회 어른들은 봉사하라고만 하고. 미혼 청년들이 하나둘 교회에서 사라지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경청과 공감
신동열 목사는 청년들과 함께 1시간 동안 예배한다. 이후 2시간 30분가량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청년들은 설교를 들으며 생긴 의문이나 기독교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을 얘기한다. 설교 내용을 따지는 이도 있다.
신앙 얘기만 하는 건 아니다. 가족, 직장에서 갖는 고민도 나눈다. 부모님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상사가 요구하는 비윤리적 청탁을 따라야 하는지, 술을 마셔도 되는지 등등. 대부분 삶과 신앙이 만나는 지점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이다.
"대학생이 되면 신앙 문제로 고민이 많아져요. 대표적인 게 술, 이성 교제죠. 한 친구는 자기가 균형을 잘 유지한다고 생각했어요. 술을 마시지만 심하게 먹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교회에서는 문제아 취급하면서 술을 먹지 말라는 말만 하더래요.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대요."
▲ 질문하는교회에서는 어떤 질문도 허용된다. 청년들은 질문하고 대화하는 과정만으로도 답을 알아 간다. (사진 제공 신동열) |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질문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고민하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을 알아 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는다.
신동열 목사는 어느 정도 고민을 해결한 청년들에게는 원래 다니던 교회로 돌아가라고 권한다. 지금까지 30여 명이 이 교회를 거쳤다. 지금은 7명이 나온다. 아침에 질문하는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오후에 원래 다니던 교회에 봉사하러 가는 청년도 있다.
"교회가 커질 수 없는 구조에요. 고민을 나누려면 소수가 효율적이기 때문이에요. 교회 안에서 받은 상처나 회의를 어느 정도 극복하면 다시 교회로 돌아가야죠."
"질문하는교회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청년들은 교회를 떠날 시점이 되면 질문이 많아져요. 이들이 하는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줄 수 있으면 돼요.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어른이 한두 명만 있어도 떠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