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내 아내의 '귤'은 무엇일까?

김노섭-열린문 2011. 12. 4. 16:39

 

 


2004년 06월 18일 금요일...


회사에 출근을 하여,

사내 전산망에 접속을 했다.

사내 게시판에 올려진 하나의 글...

어디에선가 퍼온 글인지..

아니면 자신의 체험담을 올려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침부터 잔잔한 감동이 가슴속에 전해지며,

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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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과 예비부부를 위한 글..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인데요..

저는 한 3년전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와이프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같이 내더군요..

저도 마찬가지 였구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


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꼬리를 먹어 들어가듯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달..하루는 늦은 퇴근길에..

어떤 과일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남은 귤을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와이프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개를 까먹더니 하는 말이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 년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에 길가다가 아내는 귤좌판상이 보이면

꼭 1000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백원도 안하는 귤한개를 사주지 못했다니

맘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어느덧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되었다는걸 알게 됐죠..

아이문제와 내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어요..


그리고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그런데 며칠전 아내 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들어와서 살짝 주방탁자에 올려놓았구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전철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몇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 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게


되었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좋아진 이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한가지의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수 있다는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중에도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던 무엇이든 우리사이에 메신저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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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도 가슴이 아픈거지?

나에겐 이런 위기가 닥친것도 아닌데..

나와 같은 '부부'의 모습으로 힘겹게 살아온

내 이웃의 가슴아픈 사연이 전이됐기 때문일까?

'그저 다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이 세상을 살면서 부부가 된다는 것..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거늘..

서로가 증오하고 미워하며 살아가면서 남남으로 돌아서는

수 많은 부부들이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내와 결혼을 한지 3년...


아직 그렇다할 위기나 갈등없이 살고있지만,

부부간의 사랑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항상 그 빛을 잃지 않고 윤이 나도록

스스로가 갈고 닦고 나가야함을 느끼게된다.



사랑도.. 행복도.. 부부의 관계유지도

공동의 책임이며, 공동의 몫이겠지...


내 아내의 '귤'은 무엇인지를

난 항상 생각하며 살고싶다.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렇게 살고싶다.

서로간의 쌓아온 신뢰와 믿음의 고리를

지금처럼 지켜가며 살고싶다.

나에게 똑같은 위기가 닥칠때까지 난,

삶을 방치하거나 내버려두지는 않을꺼라고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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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과..

이 세상의 남편들에게 한마디 하고싶다.


구겨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하기 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다가와주길 바라는

우리들의 사랑스런 아내의 화해의 손길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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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 아내의 '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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