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다 보면 명석한 학생이 보인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가르치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되려 내가 새로운 관점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은 십중 팔구
스물을 넘기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그래서 나는 그넘들을 다시는 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적 허영에 물들어서 자만에 쩔어 있는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게 될 놈을 봤다.
물었다.
'넌 왜 공부하냐?'
굉장히 깊이 사고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멋으로 하고 있지는 않냐?'
'그런 것도 있고 하면 재밌기도 하고 해서요'
착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절 칭찬할 것으로..
'머리로 공부하는 놈이 있고 가슴으로 느끼며 사고하는 놈이 있다.
책 백권을 읽고 뿌듯해 하는 놈이 있고,
책 한 권을 읽더라도 마음을 다해서 느끼는 놈이 있다.
넌 어느쪽이냐?'
말이 없다. 심상치 않게 비판받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너한테 거부감 느끼는 이유를 알고 있나?'
가만히 있는다.
'혹시 친구들이 유치해서라고 생각해?
너보다 어리다고 생각해? 아니다..
너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다.
네가 더 안다고 해서 책을 좀 더 봤다고 해서
마음 속에서 우습게 보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그 놈들이 더 나은 것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그걸 안 보고 자부심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 놈이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고 있다.
못을 박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이 간사하게
사람들한테 전략적으로 잘 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마음을 다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함께 느껴주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성을 지식이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냐? '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특별한 놈이 되고 싶다면
가슴으로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놈이 되어야 한다.
너는 다 아는 게 아니라 많이 아는 것이다.
지식이란 볼 때마다 다른 것인데 하나 둘 쌓았다고
난 이거 다 알았다 .. 하고 내팽개치지 마라.
같은 글이라도 같은 말이라도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거다.
위에 서서 사람들 내려다 보지 마라'
뭐라고 할 말이 있는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나갔다.
그놈 뒷모습 보고 생각했다.
너는 나에게
실망을 안겨다 준 그 몇몇의 학생들 같은 사람은
절대로 절대로 되지 마라.
내가 아는 것도 없다.
어쩌면 아무 자격이 없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넘들 늘어나는 것.. 더는 안 보고 싶다.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는 지식인은
제 머리에 뭘 채우고 멋부리는 데만 쓸모 있는 놈들이지,
이 세상에 필요한 놈은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사람들 더 힘들게 하는 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속상한다.
지용석 군이 보낸 팬메일 인용임다.
[조 PD 홈피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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