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70328113048594
국립정신건강센터 보고서
간접 경험상태 후유증 심각
불면증·자살충동 수준 높아
청소년 SNS 노출 관리 필요
여고생 A 양은 최근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참수 동영상을 우연히 접한 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며 사소한 일에도 깜짝 놀라는 등 극도로 예민해졌다. 얼마 뒤 신경정신과를 찾아 검사한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진단을 받았다. 외상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인 동영상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면서 간접 경험 상태가 된 것이다.
이처럼 폭력적인 미디어를 접한 것만으로도 PTSD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SNS 등에서 폭력적인 미디어가 무분별하게 쏟아지면서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20∼65세 성인 가운데 최근 3개월간 신체적 폭력이나 성폭력을 포함한 ‘비디오 클립’(짧게 녹화된 동영상)을 경험한 55명을 관찰한 결과 이들에게서 스트레스, 신체 증상, 불면증 정도, 자살 충동 수준이 정상인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현재 센터가 진행 중인 ‘일반인구에 대한 미디어 폭력 노출과 스트레스 관련 정신건강 증상과의 관련성’(박상의, 이정현, 이아름) 연구의 중간결과보고서에서 밝혀졌다.
폭력적인 미디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에 의한 간접 외상 영향과 그에 따른 정신건강 및 PTSD에 관한 연구는 드물다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PTSD는 ‘사건충격척도’(IES-R)라는 3가지(침습·회피·과각성) 평가항목(총 22문항)으로 측정하며, 총점이 18점 이상이면 PTSD로 진단한다. 연구팀이 간접 외상 군을 측정해 평균을 낸 결과 △침습(외상 사건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것) 9점 △회피(외상 장소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것) 8.48점 △과각성(쉽게 깜짝 놀라는 등 가벼운 자극에도 각성상태) 4.94점 등으로 총 22.42점에 달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불안스트레스과에 근무 중인 이정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흥미로운 점은 PTSD의 주요 증상이 간접 외상 집단에서 직접 외상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상 현장에서 이처럼 동영상을 접한 뒤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청소년들은 SNS 등 동영상을 쉽게 접하는 한편,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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