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Crime)와 죄(Sin)]
죄(Crime)를 범한 죄인(Criminal)은 형벌(Punishment)을 받는다. 그리고 형벌을 받고 나면, Crime에 대가를 다 치렀으므로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 이는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이지 '용서'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죄의 전과는 남아 전과자 신세는 면할 수 없다.
죄(Sin)을 범한 죄인(Sinner)의 죄는 형벌(Punishment)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어떠한 Case (사건) 이전의 '존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형벌을 아무리 받아도, 대가를 아무리 치러도 죄(Sin)는 씻길 수 없다. 죄가 형벌로써 면해질 수 없는 것은 그 어떤 일회적 혹은 영속적인 형벌(Punishiment)도 죄인을 이 죄로부터 Redeem 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럴 필요도 없다. 이 죄는 값.없.이. '용서'되어지는 것이다. '값없는 용서' 이외의 다른 어떠한 대가로도 Redeem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죄(Sin)이다. '값없는 용서' 받은 자는 전과도 안 남는다. 그런데 우습게도 사람들은 주님이 이미 없애주신 '전과'를 스스로 붙들고 산다. '전과'의 기록을 스스로 놓지 않고, 죄 아래 있던 시절을 끊임없이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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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e을 범한 죄인은 양심이 찔린다. 경찰에 가서 자수하고 이에 따른 형벌을 받을 때 비로소 죄책감에서 해방된다. 형벌로 인해 몸은 괴로우나 마음은 편하다. 사람 안에 있는 '양심'과 '대가'를 치르고자 하는 본성 때문에 그렇다.
Sin에 대해 자각한 혹은 타의에 의해 자각된 사람들은 이에 대해 괴로워하고, 이에 대해 어떤 '행위'를 통해 대가를 치르고자 한다. 아니면 힘든 상황 속에, 고난 가운데 스스로 들어감으로써 죄책감을 덜고자 한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 마음이 편한 본성이 사람 안에 있다. 이러한 본성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그 능력을 간과하게 만든다. 그리스도 십자가 외에도 무언가 더 필요하다는 오해는 복음의 진리로부터 우리를 더 멀게 만든다.
'이건 내가 죄를 지어서 벌 받는거야.'. '나에게 이런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은 다 과거 내 행동에 대한 결과야. 당해도 마땅해. 내가 져야할 십자가야...' 이런 반응은 으레 교회에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이러한 생각의 근원에는 Sin이 마치 Crime처럼 나의 무언가를 통해 갚아지거나 치러질 수 있다고 하는 무지적 교만과 존재적/근원적인 차원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를 변제해야 할 채무 따위로 전락시키는 착각이 자리하고 있다.
만약 Sin에 대한 형벌을 굳이 말하고자 한다면, 하나님을 마음에 두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아서 삶이 곤고하고 힘들던 그 하나님과 함께 하지 않았던 세월 자체가, 그리고 그 동안 주님과 더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 이미 무엇보다 큰 형벌이고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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