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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 자녀 강요 ‘시한폭탄’ 천광청 탈출로 마침내 폭발

김노섭-열린문 2012. 5. 21. 16:11

한 자녀 강요 ‘시한폭탄’ 천광청 탈출로 마침내 폭발

중국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사건 민심도 들끓어주간동아|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입력2012.05.21 15:12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0) 탈출사건이 국제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천 변호사의 험난한 인생역정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탈출과정,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천 변호사 신병 처리를 놓고 벌인 외교전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천 변호사는 다섯 살 때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었지만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농민과 장애인 권리를 보호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2005년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에 따라 산둥성 관리들이 여성 7000명에게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수술을 강행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듬해 피해 여성과 가족들이 벌인 시위 및 집회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법원에서 공공재산 파괴와 교통방해 혐의로 징역 4년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 4월 30일 천광청 변호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홍콩의 중국 연락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장 비인간적인 인권침해 행위

2010년 출옥한 이후 산둥성 린이시 이난현 둥스구촌에서 가택연금 상태였던 천 변호사는 4월 22일 감시요원들의 눈을 피해 탈출을 감행해 베이징에 있는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했다. 5월 2일 미국대사관에서 나온 천 변호사는 현재 베이징 차오양병원에 입원해 탈출하다 다친 다리를 치료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5월 4일 미국 정부와의 줄다리기 끝에 천 변호사가 '유학' 형식으로 미국에 가는 것을 허용했다.





↑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 홍보 포스터.

중국 누리꾼들은 정부의 강력한 보도 통제와 인터넷 단속에도 천 변호사의 기적 같은 탈출을 영화 '쇼생크 탈출'에 비유하면서 지지 글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은 '쇼생크 탈출'의 포스터에 천 변호사의 뒷모습을 합성해 '둥스구 탈출'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인터넷에서 쇼생크 탈출, 천광청, 시각장애인, 대사관, 둥스구 따위의 단어 검색을 아예 원천봉쇄했다. 중국 누리꾼들이 어느 때보다 천 변호사를 지지하는 이유는 가장 비인간적인 인권침해 행위라는 비판을 들어온 한 자녀 정책을 천 변호사가 고발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79년부터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막기 위해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한 자녀 정책은 소수민족과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중국의 모든 가정이 자녀를 한 명만 낳을 수 있는 산아제한 조치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1980년 9월 25일 공식 결정했다. 중국 공산당은 한 자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국가인구계획생육(가족계획·이하 계획생육)위원회까지 만들고 전국적으로 50만 명의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다.

계획생육 규정에 따르면 1가정 1자녀 규정을 위반해 적발될 경우 전년도 수입의 2∼8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감옥에 갈 수 있으며, 이 규정을 어긴 공직자는 퇴출된다. 둘째 자녀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한 자녀 정책은 지난 30여 년간 4억 명의 인구 증가를 예방함으로써 현재의 급속한 경제발전에 기여한 면이 있다. 인구 증가가 억제되면서 식량난과 식수난이 완화되고 환경오염 문제도 감소하는 등 국가와 사회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산아제한 정책은 중국 사회에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침해는 물론, 남아선호에 따른 불법낙태 증가와 성비 불균형, 호구(호적)가 없는 무적 자녀 급증, 외동으로 자란 젊은 세대의 과도한 이기주의 등 각종 사회 문제가 표출됐다.





↑ 5월 2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 미국대사관을 나서는 천광청 변호사(앞줄 왼쪽).

최근엔 홍콩과 미국서 원정출산

실제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신생아 성비는 지난해 여아 100명당 남아 117.78명으로 나타났다. 유엔이 정한 신생아 성비의 정상 범위인 여아 100명당 남아 103~107명에 비해 중국의 성비 불균형은 심각한 상태다. 중국의 성비 불균형은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 때문이다. 중국 부모 중 상당수는 남아를 낳기 위해 태아 성감별을 하고 여아일 경우 낙태수술을 받는다. 정부가 태아 성감별과 의학적 이유 없는 임신중절을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 낙태가 성행하고 있다. 성비 불균형으로 2020년께 결혼 적령기 남성 수가 여성 수보다 2400만 명이나 많아 짝을 찾지 못한 이들이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중국에는 호적에 없는 이른바 '헤이후(黑戶)'도 많다. 헤이후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거나 호적에 등재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하고 낳은 자녀다. 호적이 없으면 학교에도 갈 수 없고 취업이나 결혼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무호적자만 1300만 명을 적발했다. 또 외동으로 자란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응석받이인 것도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어릴 때부터 이른바 '샤오호앙띠(小皇帝)'로 대우받으며 자라다 보니 철저하게 개인주의 또는 이기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엄격한 한 자녀 정책으로 빚어진 인권유린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 농촌에선 남아선호사상이 도시보다 강하기 때문에 남아를 낳을 때까지 자녀를 낳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방 관리들이 산아제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임산부들을 강제로 낙태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임신 9개월 때 낙태수술을 강요하기도 한다. 강제 낙태를 피하려고 임산부가 도망치면 지방 관리들은 부모나 조카, 사촌 등을 인질로 잡아 반드시 돌아오게 만든다.

지방 관리들이 두 자녀 이상을 낳은 부모에게서 갓난아기를 '몰수'해 돈을 받고 강제 입양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후난성 샤오양시 룽후이현의 경우 지방 관리들은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한 부모가 벌금을 내지 못하자 아기를 빼앗아 고아원에 넘겼다. 이 아기들 중 일부는 미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로 입양됐고, 고아원은 1인당 3000달러(320만 원) 정도의 입양비를 챙겼다. 지방 관리들도 1000위안(16만 원)씩을 사례비로 받았다. 부모가 도시로 일하러 간 사이 외동아이를 빼앗아 미국으로 입양 보낸 사례도 있다. 천 변호사가 폭로한 것이 바로 한 자녀 정책을 명분으로 지방 관리들이 자행해온 이 같은 인권유린과 부정부패였다.

한 자녀 정책은 원정출산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중국 부유층 임산부들은 한 자녀 정책을 피하려고 홍콩에 가서 원정출산을 한다. 원정출산한 신생아 수는 2001년 620명에서 2010년 9만 명으로 급증했다. 원정출산이 갈수록 늘자 4월 25일 홍콩 식품위생국은 "내년부터 홍콩 병원들이 홍콩인과 결혼하지 않은 중국 임산부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콩 당국이 이 같은 조치를 내놓는 이유는 중국 임산부들이 산부인과 병실을 대거 차지해 홍콩 임산부들이 출산에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자나 특권층의 홍콩 원정출산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진 것도 작용했다.

홍콩에서 원정출산이 힘들어지자 중국 임신부들은 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산아제한과 관계없이 아기를 낳을 수 있고 미국 국적도 취득할 수 있다. 미국 산후조리센터는 최근 중국 임산부가 크게 늘어나자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는 등 고객 유치에 힘쓴다. 또 미국령인 사이판도 중국 임산부가 즐겨 찾는 원정출산지다. 2009년 사이판에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진 이후 중국 임산부 수백 명이 매년 사이판에서 출산하고 있다. 중국에선 외국에서 출산하려는 임산부들을 상대로 하는 원정출산 중개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은 앞으로 중국의 국가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국의 노동인구(15~59세) 수는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과학원 문헌출판사가 출간한 보고서(4월 25일자)에 따르면, 중국의 생육률은 현재 1.5 이하로 떨어져 이미 인구 마이너스 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생육률이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율이다. 중국인 부부 한 쌍이 1.5명의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뜻이다.

흔히 한 세대 인구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생육률은 2.1이다. 1.5의 생육률은 매 세대 간 인구가 30%가량 줄어든다는 의미다. 2010년 실시한 중국 정부의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인구는 13억4000만 명으로 세계 1위며, 지난 10년간 700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한 노령사회의 시한폭탄

이런 인구 증가에도 노동인구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노동집약산업에서 첨단산업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지만,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을 들어온 제조업이 급격히 붕괴할 수도 있다. 노동인구가 줄면서 임금이 상승하는 바람에 중국에 진출한 외국 제조업체가 철수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또 막강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고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유엔의 세계 인구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생육률이 1.8 안팎을 유지할 경우 100년 후 중국 인구는 9억 명으로 줄고, 1.5 정도면 100년 후 5억 명으로 줄어든다.

더욱 위험한 것은 중국이 자칫 노인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노령화업무위원회 판공실은 2011년 말 현재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1억8500만 명으로 총인구의 1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말보다 0.47% 높아진 것이다. 60세 이상 인구는 2020년 17%, 2030년 24%, 2040년 29%, 2050년 3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14세 이하 인구는 1억2245만 명(16.6%)으로 10년 전보다 6.29%포인트 줄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강대국이 되기도 전에 먼저 노인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동딸과 외동아들이 결혼해 4명의 부모를 모셔야 하는 이른바 '1-2-4 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비생산인구인 노년층의 급증은 복지 등 사회적 부담 증가와 함께 향후 한 자녀 정책으로 수가 줄어든 젊은 세대에게 큰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도 된다. 한 자녀 정책이 중국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