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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살짝만 바꿔도 떠난 금실 돌아온다

김노섭-열린문 2012. 1. 19. 19:42

 

살짝만 바꿔도 떠난 금실 돌아온다
 
시사저널|
박성덕│정신과 전문의·부부치료 전문가|
입력 2012.01.19 15:45
■ 부부 불화,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알아라

부부들에게는 공통된 바람이 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결혼했어요." 모든 남녀는 행복을 꿈꾸며 결혼한다. 사람들은 결혼이 자신들을 행복이라는 종착지로 안내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행복은 노력 없이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결혼하면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는 믿음은 어린 시절 접하는 동화책을 통해서도 무수히 반복되어왔다. 동화의 결말은 하나같이 주인공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이다. 신분과 환경이 서로 달라도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뿐, 그 어디에도 갈등이 있었다는 말은 없다. 동화 속의 결혼은 사람들의 꿈이 되었다.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계모에게 구박을 받아도,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서 구해줄 것이고  평강공주가 와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이 곧 신분 상승이자 불행한 과거를 물리치고 인생 역전을 일으키는 장으로 여겨졌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달콤한 로맨스는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결혼에 대한 환상을 키운 데는 스크린 속의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들의 모습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와 너무나도 달랐다. 우리 주변에는 예상했던 것과 달리 힘든 결혼 생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결혼식은 화려했는데, 결혼 생활은 아름답지 못했다' '부모들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어느 날 보니 내가 반복하고 있더라'라는 하소연을 듣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러스트 임성구

많은 사람이 결혼을 해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찌감치 결혼 생활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이혼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에서도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해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결혼은 쉽게 좌절하고 만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결혼에 대한 시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단순히 행복한 생활을 기대하는 대신 결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달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결혼을 성숙의 과정 혹은 기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성숙해지기 위해서 겪는 고통을 '성장통'이라고 한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인간은 고통 없이 성숙할 수 없다. 결혼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갈등을 겪으면 이를 곧 실패라고 생각한다. 행복하지 않은 결혼은 잘못된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결혼을 자신이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고통을 견디거나 이겨낼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결혼 후 모든 부부는 갈등을 겪는다. 불화는 어떤 부부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이것은 모든 부부가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와도 같다. 어쩌면 평생을 지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부부 불화는 무차별적이다. 경제적 수준과도 무관하다. 부자도 불화를 겪고 가난한 사람도 불화를 경험한다. 학력, 성격, 신체적 장애의 유무와도 상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부부에게 성숙할 수 있는 기회는 동일하게 주어진 것이다.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의 갈등을 그린 KBS 드라마 < 사랑과 전쟁 > . ⓒ KBS

■ 결혼한 이유인 친밀감을 되살려라

가족 갈등은 부부 간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통해 전달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그토록 싫어했던 부모의 삶을 그대로 복제해가면서 비슷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족 문제의 대물림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술 문제로 고통받던 가정에서 자란 자녀가 결혼해 술 문제로 고통을 겪거나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부모와 비슷한 삶을 살면서 지긋지긋했던 부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녀가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건강한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사랑은 자녀가 독립하기 위한 자양분이 된다. 구조주의적 가족 치료 모델을 만든 미뉴친은 '부모와 자녀가 강하게 결합될 때, 비로소 자녀는 홀로 설 수 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식처와 안전 기지가 되어준 부모가 자녀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자녀는 나중에 결혼을 해서 자신의 가정을 행복하게 꾸릴 수 있다.

부부 치료를 받으러 오는 부부가 표현하는 갈등의 이유는 다양하다. 성격 차이, 양육 문제, 성생활 불만, 고부 갈등, 양육 갈등,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의 습관 등 무수히 많다. 부부 치료자가 이러한 하나하나의 개별적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그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필요하다. 그 근거는 부부가 결혼한 이유인 친밀감에서 찾을 수 있다.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부부를 맺어주는 끈이었다면 친밀감의 부재, 다시 말해 유대감 상실이 부부 불화를 일으키고, 불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즉 정서적 친밀감이 없는 부부는 앞에서 말한 문제가 생기면 갈등이 증폭된다. 역으로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유지되는 부부는 앞의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부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자녀의 문제를 두고 서로를 탓하며 싸우는 부부가 있는 반면, 그 문제를 두고 서로 상의하면서 관계를 전혀 악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부부 관계를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는 경우도 있다. 결국 부부 불화의 회복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 부부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부부 갈등을 해결하는 단초가 된다는 얘기이다. 이것이 바로 원인을 찾아서 다시 관계를 복구시키는 셈이다.

■ 부부가 함께 배워야 할 것들

그렇다면 부부 갈등을 벗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면, 배워야 한다. 한국 가정의 오랜 전통이 하나 있다. '가정사가 담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이것이 부부 갈등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워도 끌어안고 있다. 이제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와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가정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것을 더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결혼 생활은 배우고 실천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의 가정은 이제 핵가족화되었다. 대가족과 핵가족 제도의 차이는 아주 크다. 대가족은 윗어른 중심의 가정이다. 효도가 가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핵가족은 부부 중심의 가정이다. 부부 갈등이 있으면 핵가족은 위기를 맞는다.
대가족 제도하에는 갈등이 있더라도 이혼하는 부부가 많지 않았고 부모를 생각하며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핵가족에서 부부 불화는 곧바로 가정 해체와 연결될 수 있다. 부부가 행복하지 않으면 효도하기도 힘들고, 자녀 양육도 힘들어진다. 그만큼 부부 중심의 가정을 회복하는 것이 부모와 자녀를 위해서 중요해진 것이다. 가정이 부부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부부 중심의 가정 회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부부 시대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효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핵가족 제도하에서 효도를 잘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아들과 딸이 효도하는 것이 아니고 원만한 부부 관계가 효도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5월21일 서울 강동구민회관에서 부부의 날을 기념해 열린 '매니페스토 리마인드 합동 결혼식'에서 결혼 10년차 이상의 부부들이 입을 맞추고 있다. ⓒ 연합뉴스

세 번째, 계속 강조해온 부부 유대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부부 유대감의 핵심 요소는 '정서적 접근' '반응' '교감' 세 가지이다. 정서적 접근은 불안하고 힘들 때, 부부가 서로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배우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안전해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배우자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당신에게 다가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부부가 서로 '네'라고 느낄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정서적 반응이란 부부가 배우자에게 집중해 상대방의 애착 욕구 및 두려움에 귀 기울이고, 그것이 당신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내가 힘들다고 하면 남편이 아내가 자신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고 관심과 위로를 보여준다. 남편이 외롭다고 말하면 조용히 다가가서 그 외로움에 아내가 관심을 갖고 있음을 표현한다. 다시 말해 "당신의 관심과 애정 어린 반응을 기대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부부 관계를 말한다.

정서적 교감이란 서로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알려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은 존중의 의미이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배우자가 말할 때 귀찮아하지 않고 눈을 마주 보는 것은 진심으로 대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교감은 사전적인 의미로 '빠져들다, 끌리다, 몰두하다'라는 뜻이다. 정서적 교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신체적인 접촉도 교감의 중요한 부분이다. 부부간에 갈등이 있으면 스킨십이 어려워진다. 친밀하고 유대감이 있는 부부는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즐기며 부부끼리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성경에도 '부부가 서로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교감은 감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배우자를 비난하고 지적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태도는 부부의 친밀감을 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을 헤아려주고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것이다. 부부의 마음이 서로 통할 때 가정에서 발생된 문제는 거의 해결된다. 2012년 한국 가정에 부부 관계로부터 나오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회로 전파되면 좋겠다. 지금은 부부 시대이다. 부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부부의 유대감 우선해야 고부 갈등도 사라진다






고부간의 갈등 상황에서는 남편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결혼 후에는 무엇보다 부부의 유대감이 우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결혼 전에는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에는 부부 관계가 바로 서야 부모, 자녀, 친척, 사회적인 관계가 바로 설 수 있다. 따라서 아내가 고부 갈등으로 힘들어하면 주저하지 말고 아내의 고통을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아내는 위로를 받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남편이 자신의 편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시댁 식구들의 말과 행동에도 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고부 갈등은 1차적으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다. 고질적으로 아들에 대한 시어머니의 집착이 강해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의 편이 되어주고, 정서적 유대감이 생기면, 고부 갈등은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부부를 덜 괴롭힌다. 오히려 고부 갈등을 두고 부부가 서로 위로하면서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자녀보다 부부 관계가 우선일 때 고부 갈등은 점차 사라지고 가정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핵가족 제도에서는 부모나 자녀가 우선시되는 가정보다는 부부 관계가 우선시되는 가정이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들이 어머니를 떠나서 아내와 결합하지 못하면 결혼 후에도 우선순위는 아내가 아니라 부모가 된다. 이것이 고부 갈등을 증폭시킨다. 아내는 남편과 결혼한 것이지, 시어머니의 아들과 결혼한 것이 결코 아니다. 아내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남편이다. 그런데 정작 남편은 시댁 식구에게 머물러 있다면, 자신은 거부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고부 갈등의 해결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부 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문제이지만, 그 전에 부부의 친밀감의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박성덕│정신과 전문의·부부치료 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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