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하한 지 10분 만에 해고 통보...말 되나"
오마이뉴스 원문 기사전송 2012-01-10 12:00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잠시 뒤 다섯 살 된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 부부가 같이 해고라는 소리를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도 지난 연말에 말이다."
요즘 롯데백화점 창원점 옆 길거리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박해숙(37)씨가 한 말이다. 박씨는 김덕하(39)씨와 같은 일터에서 만나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함께 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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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환경 '열악'...숨도 못 쉴 정도였다
박·김씨 부부는 시설관리 위탁업체 소속으로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일해 왔다. 백화점이 지난해 말 기존 업체(제이엠피)와 계약연장을 하지 않고 새 업체(비엠에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이 부부를 비롯한 35명의 비정규직은 지난해 12월 22일 '근로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2005년 5월부터, 김씨는 2002년 1월부터 일해 왔다. 박씨는 주로 총무 역할을 했고, 김씨는 냉동시설관리를 맡아 왔다. 이들 부부의 사무 공간은 주로 지하 5층에 있다.
"공기도 탁해 숨도 못 쉴 정도였다."
근무환경이 열악했던 것. 김씨가 맡은 기계실은 지하 2층에 있고, 시설을 점검하는 컴퓨터는 지하 5층에 있었다. 박씨가 일하는 사무 공간도 지하 5층. 그런데 화장실은 지하 2층에 있다. 용변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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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창원점은 그동안 시설관리 위탁업체를 서너 차례 정도 바꿔왔다. 이들 부부를 비롯한 대부분 비정규직들은 첫 입사 때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후부터는 별도의 계약을 하지 않았다. 위탁업체가 회사 이름만 바꾸었다.
새 위탁업체는 이번에 선별고용했다. 한국노총 소속과 비조합원만 재고용한 것이다. 박해숙·김덕하씨를 비롯한 19명은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 연말부터 백화점 옆 도로에서 농성과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조 파괴'라 보고 있다.
이들 부부처럼 딱한 사정을 가진 해고자들이 많다.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가 하면, 3살 아들에 둘째를 임신한 부인을 둔 조합원도 있다.
곧 결혼을 앞둔 조합원도 해고됐다. 올해 27살인 한 조합원은 오는 2월 10일 결혼한다. 지난해 12월에 결혼 날짜를 잡았는데, 불과 며칠 만에 해고된 것이다.
박해숙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조합원이 해고통보를 받았을 당시 옆에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날 그 조합원은 업체 사장한테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고 알리면서 퇴직금(3년)을 중간정산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더라. 그러자 사장은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벌어진 지 불과 10여 분 뒤에 사장은 '계약종료 통보서'를 보낸 것이다."
박씨는 "그래도 우리 부부는 결혼이라도 했으니까 다행인지 모르겠는데, 결혼을 앞둔 조합원의 심정은 어떠하겠느냐. 결혼하기에 축하한다고 말한 지 불과 10분 만에 해고 통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박해숙·김덕하씨 부부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새해에도 투쟁 중이다. 조합원들은 백화점 옆 도로에서 밤샘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 지회는 천막을 설치하려다가 경찰에게 뜯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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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농성 아빠...그런 아빠를 찾는 아들
김덕하씨는 밤샘 농성하며 집에 자주 들어가지 못한다. 5살 아들이 아빠를 찾는데, 박씨는 목이 메인다는 것.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해맑게 웃으면서 놀고 있는 아들 얼굴을 보니 마음이 짠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매일 늦은 시간 퇴근으로 인해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이제는 아빠, 엄마가 함께 직장을 잃게 되어 아들한테 더 미안하기만 하다. 남편이 밤샘 투쟁한다고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때가 많다. 아침에 아들이 일어나서 '엄마! 아빠는?'이라고 묻는데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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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제이엠피'(전 위탁업체)는 '해고 철회 투쟁' 하는 조합원 19명을 대상으로 다시 발령통보를 했다. 본사가 있는 서울과 롯데백화점 포항·울산점으로 발령을 낸 것이다. 이 발령통보서를 보면, 박씨는 포항으로, 김씨는 서울로 가야 한다. 아들은 할머니가 있는 창원에 두어야 하는데, 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노조 지회는 롯데백화점 창원점과 제이엠피를 상대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노조 지회는 사측이 발령통보를 낸 것은 꼼수를 부린 것이라 보고 있다. 발령통보에 따르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의 사유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제이엠피 측은 '원직 복직은 아니지만 최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협력회사를 통해 롯데백화점 울산·포항점에서 계속 근로를 유지하거나 본사로 발령냈다가 다시 근무할 곳을 찾아 발령낸다는 것이다.
전국 100여 개 롯데백화점·마트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롯데백화점 창원점뿐이었다.
롯데백화점 부산점(2004년 6월), 대전점(2010년 10월), 노원점(2010년 12월)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결성돼 있다가 '집단해고'되거나 '강제전적'되면서 민주노조가 와해됐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용역경비를 고용해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때 충돌로 인해 한 조합원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또 백화점 측은 백화점 주변에 '환경 캠페인'을 벌인다며 집회신고를 내놓고 있다.
조합원들은 승합차량에 고무퐁선을 매달아 놓았다. 거기에는 "질긴 놈 이긴다. 끝까지 투쟁"이거나 "비정규직 즉각 철폐" 등의 구호를 적어 놓았다. 박해숙?김덕하씨 부부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투쟁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다섯살난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할 것이다. 악질기업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서 환하게 웃으면서 아빠·엄마가 출근한다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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