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만 조준 사격… 극우 망령에 떠는 유럽
- 伊 50대, 세네갈 노점상에 총격… 2명 사망 3명 부상
경제위기로 일자리 줄자 이민노동자 대상 테러 기승 - 동아일보2011.12.15 03: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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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로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는 유럽에서 총격사건이 잇달아 유럽인들을 더욱 침울하게 하고 있다.
13일 이탈리아 피렌체의 달마치아 광장에서 극우주의자 잔루카 카세리(50)가 세네갈 출신 흑인 노점상들에게 총을 쏴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카세리는 매그넘 리볼버 권총으로 흑인만 조준 사격했다.
놀란 시민들이 대피하는 사이 광장 옆에 세워둔 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 카세리는 잠시 후 인근의 산로렌초 광장에 나타나 또 다른 세네갈 흑인 노점상들에게 총을 쐈다. 이곳에서 2명을 더 다치게 한 카세리는 범행 후 광장 인근 시장의 지하 주차장에 숨어 있다 경찰이 접근하자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조사 결과 카세리는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극우단체 '카사파운드(Casa Pound)' 소속으로 극우 인종차별주의 단체에서 주최한 시위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테오 렌치 피렌체 시장은 "범인은 머리가 빈 미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고,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도 "무조건적인 증오의 폭발이자 야만적인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사건 직후 피렌체에 거주하는 세네갈 출신 이민자 수백 명은 달마치아 광장에서 인종 차별 범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며 "세네갈"을 외쳤다. 이탈리아 피렌체와 로마 등 주요 관광도시에는 세네갈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길거리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장신구, 손수건, 지갑, 핸드백, 혁대 등을 팔며 생계를 잇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유럽 각국에서 경제 위기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정당과 인종 차별주의가 더욱 기세를 부리는 상황에서 터져 나왔다. 5개월 전 노르웨이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도 극우주의자였다. 독일에서도 신나치를 표방하는 '국가사회주의 지하조직'이 2000∼2006년 터키인 8명 등 10명을 살해하고 2건의 폭파 사건을 일으킨 사실이 지난달 드러났다.
또 네덜란드에서는 극우정당으로 사실상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자유당이 유로화 이전의 자국 화폐인 길더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며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FN) 대선후보 마린 르펜이 유로존 탈퇴와 프랑화의 재도입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며 민족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뱅 크레퐁 파리10대학 교수는 "경제위기가 전 유럽을 강타하면서 극우 세력의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벨기에 동남부 리에주 시내 중심 생랑베르 광장에서도 13일 총기 소지 전과자 노르딘 암라니(33)가 벌인 무차별 살상극으로 5명이 숨지고 123명이 다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0분경 생랑베르 광장의 버스정류장에서 서 있던 암라니가 갑자기 배낭에서 수류탄 3발을 꺼내 시민들에게 던진 뒤 칼라시니코프 AK47 소총을 난사했다. 사건 직후 암라니는 인근 다리 위에서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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