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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사이트] 전신 마비자 머리에 뇌사자의 몸 이식 .. 중국서 곧 수술한다

김노섭-열린문 2018. 2. 8. 11:05
[인사이트] 전신 마비자 머리에 뇌사자의 몸 이식 .. 중국서 곧 수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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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경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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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신 마비자 머리에 뇌사자의 몸 이식 .. 중국서 곧 수술한다

최준호 입력 2018.02.08. 00:44 수정 2018.02.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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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SF속 얘기, 현실로 등장
산 사람 머리와 뇌사자 몸통 연결
제도권 과학·의학계 평가는 냉혹
"산 사람 머리 자르면 살인 행위"
김시윤 교수 "기술적으론 가능해"
장기이식, 20세기 초부터 시작돼
러시아의 과학소설(SF)작가 알렉산더 베리야프의 『도웰 교수의 머리』(1925년)를 영화화한 ‘도웰 교수의 증언’(1984년) 중 한 장면. 젊은 여성의 머리에 다른 사람의 몸을 이어 붙였다. [유튜브 캡처]
두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교수, 다른 한 사람은 외과의사 겸 조수다. 두 사람은 분리된 신체 부위의 생명유지와 관련한 의학적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어느 날 조수는 사고를 가장해 교수를 죽인 뒤 연구를 위해 머리만을 다시 살려낸다. 실험은 계속 된다. 외과의사는 젊은 여성의 머리에 다른 사람의 몸을 붙인다. 몸의 주인은 머리만 남아 살아있는 교수 아들의 여자친구. 이 모든 비밀을 지켜본 교수의 머리는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진실을 폭로한다. 외과의사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러시아의 과학소설(SF) 작가 알렉산더 베리야프(1884~1942년)가 1925년 지은 『도웰 교수의 머리』라는 소설의 줄거리다.

한 세기 전 SF소설이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머리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의 머리와 뇌사자의 몸을 연결해 ‘정상적인 한 사람’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다.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중국 하얼빈의대 런샤오핑(任曉平) 신경외과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헤븐 프로젝트’(Heaven Project)가 그것이다. 헤븐은 ‘The HEAd anastomosis VENture Project’(머리 접합 벤처 프로젝트)를 줄여 만든 이름이다.

세상이 경악할 프로젝트이지만, 여기에는 한국인 의과학자도 포함돼 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 김시윤(38) 연구교수다. 그는 충북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차의과대학에서 척추손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물실험을 통해 끊어진 척추신경을 연결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김 교수는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 하얼빈 의과대를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세간에서 ‘불가능한 일’이란 비판이 많지만, 우리 팀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카나베로 박사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런샤오핑 교수팀과 18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세계 최초로 시신의 머리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술은 2단계로 진행됐다”면서 “한 사람의 시신에서 머리를 자른 뒤 ‘PEG’로 알려진 생물학적 접착제로 신경과 혈관을 다른 사람 시신의 몸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과학계는 이식한 머리와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면서 싸늘한 반응을 내놨지만 카나베로 박사는 “신경 전기자극을 통해 수술이 성공했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두 사람이 완벽하게 붙었다”고 강조했다.

헤븐 프로젝트
시신 머리 이식수술은 헤븐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를 향한 과정의 일부다. 다음 순서는 시신이 아닌 뇌사 판정을 받은 두 사람의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성공한다면, 다음은 최종 목표인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와 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의 몸을 연결하는 것이다. 앞서 2016년 카나베로 박사는 뉴욕타임스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안에 머리 이식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언했었다. 목숨을 걸고 수술 받을 자원자도 나타났다.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사지가 마비된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였다. 그는 증상이 점차 악화하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머리 이식에 희망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7년 12월이 지나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해가 바뀌어도 카나베로 박사가 수술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120억원에 달하는 수술비용도 확보하지 못했고, 법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헤븐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중국의 런샤오핑 교수에게 넘어갔다. 수술 대상도 러시아인 프로그래머 스피리도노프에서, 사지마비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김 교수는 “런 교수는 중국 정부에서 연간 16억원 이상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며 “정확한 시점을 말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수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과학 연구 규제에서 자유롭고, 동물실험 대상인 영장류 자원도 풍부하다는 점에서 중국은 인간 머리이식 수술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장기이식수술의 역사 [사진=과학창의재단]
헤븐 프로젝트의 시작은 2013년이다. 카나베로 교수가 머리 이식이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던 2014년 봄 카나베로 교수의 논문을 읽고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중국의 런 교수는 동물의 머리 이식수술 등으로 독자적인 연구를 해오고 있다가 2015년 역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하지만 헤븐 프로젝트에 대한 과학·의학계의 평가는 냉혹하다. 카나베로 박사는 서구 의과학계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까지 불린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장기 이식수술을 하는 한 교수는 “말초신경과 달리 머리와 연결되는 중추신경은 끊었다가 붙여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물리적으로 연결했다고 연결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머리 이식수술을 위해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라며 “다른 사람의 몸과 머리를 갖다 붙인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헤븐 프로젝트팀의 반박 논리도 만만찮다. 김 교수는 “머리 이식수술의 핵심은 혈관과 중추신경의 연결”이라며 “살아있는 머리 주인의 혈관을 절단한 뒤 뇌사자의 몸 혈관과 연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초도 안될 것으로 계산되는데, 살인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허락 하에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례가 나왔다”며 “사지를 움직일 수 없어 평생을 고통받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는 뇌사자의 사지를 이식받는 것과 윤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간 이식수술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이승규(오른쪽) 교수가 해외 의료진들에게 수술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사실 머리 이식 수술과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신체 이식수술은 논란 속에서 진화해왔다.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장기이식 수술도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 1980~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영국에서도 신장 이식 수술을 주도한 의사의 면허가 박탈되었고, 그를 도운 다른 의사들도 면허정지를 당하는 등 제재가 엄격했다. 법적·도덕적 한계를 주장하는 여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식 수술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근대 의학의 여명기라고 부르는 18세기, 당시 의학자들은 동물 실험을 통해 이식에 관한 지식을 얻기 시작했다. 인간 몸속 장기와 같은 기관을 이식하는 것은 20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1910년대에 들어서 작은 혈관을 막히지 않게 봉합하는 수술 기술이 개발됐다. 동맥을 자르고 이어줄 때 혈관 조직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잠시 피가 흐르지 않도록 집어주는 가위 모양의 동맥 겸자가 등장했다. 미국의 의학자 알렉시스 캐럴은 서로 이어줄 양측 혈관 단면을 삼각형처럼 만들어 봉합하는 ‘삼각 봉합법’을 고안해 냈다. 캐럴은 삼각 봉합법을 고안해 동물 이식 실험을 한 공로로 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후 54년 미국 보스턴에서 최초로 신장 이식수술이 이뤄졌고, 이후 폐(1963년)-간·심장(1967년)-골수·췌장(1968년)-장(1987년) 등으로 장기 이식수술이 확대됐다.

■ 머리 이식

「 이탈리아 신경외과의사 카나베로 박사가 2013년 발표 논문에서‘머리 이식(head transplantation)’이란 단어를 처음 쓰는 바람에 굳어진 표현이지만, 정확히는 ‘전신 이식(whole body transplantation)’이 맞는 표현이다. 컴퓨터의 핵심이 중앙처리장치(CPU)인 것처럼, 인간의 정체성은 심장이 아닌 두뇌에 있기 때문이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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