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71129010256729
"정선 모텔선 문 두드려도 답 없으면 바로 문 땁니다"
한영익.김준영.하준호 입력 2017.11.29. 01:02 수정 2017.11.29. 16:23━ [2017 도숙자 리포트:그곳에서 삶이 끝난다]②죽어서야 떠나는 사람들 지난 3월 16일 강원도 정선군의 한 호텔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남 장성군에서 건설업을 하던 안모(37)씨였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그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쪽지가 나왔다. '미안하다. 도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한다.' 짤막한 유서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숨지기 1년 전에 강원랜드에 들렀던 게 비극의 원인이 됐다. 그는 이후 그곳을 자주 드나들면서 약 25억원을 잃었다.
━ '고요한 죽음' 잇따르는 곳 안씨 죽음은 ‘자산 탕진 후 자살’이라는 뚜렷한 인과 관계가 확인된 경우다. 경찰은 유서나 메모 등으로 사인을 도박으로 특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도박 관련 자살자’로 분류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최근 강원경찰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카지노 도박 때문에 정선경찰서 관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61명이다. 연평균 6명꼴이다.
정선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할 지역의 자살자를 포함한 변사자가 51명이다. 정선군 인구(약 3만8000명) 1만 명당 13명꼴이다. 지난해 전국의 변사자는 약 3만 명으로 1만 명당 약 6명이었다. 정선에서의 변사 사건이 평균의 2배 이상이다.
━ “정선에서 사람 죽는 게 뉴스가 되나요?” 정부 통계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고요한 죽음’들은 정선군 주민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일이 돼 있다. 지난 8일에 만난 한 정선군 주민은 “근처 모텔이나 차 안에서 도박꾼 자살했다는 소문은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고 말했다. 사북읍에서 15년째 전당포를 운영 중인 한 주민은 무심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정선에서 사람 죽은 게 기사가 되나요? 이 동네에선 외지인 누가 죽었다 해도 별로 관심도 없어요."
이 지역 모텔이나 공공 화장실에는 '슬픈 관행'이 생겼다. 주인이나 관리인이 문을 두드린 뒤 답이 없으면 곧바로 문을 강제로 연다. 사북읍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우리 모텔에서도 몇 년 전 봄에 자살을 시도한 남자가 있었다. 한동안 안 나와서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약을 먹고 쓰러져 있어서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정선군에서 만난 ‘도숙자’ 김모(69)씨는 “카지노 오가며 만나 친해진 아우가 얼마 전부터 농약을 갖고 다녔는데 최근에 안 보이네. 죽었나 봐”라고 말했다. 김씨는 카지노에서 8억원 이상을 잃었다고 했다.
━ 도숙자를 노리는 하이에나, 사설도박장 강원랜드는 출입 일수 한도(한 달 15회)를 두 달 연속을 모두 채우거나 본인 또는 가족이 요청하면 카지노 출입을 제한ㆍ정지시킨다. 지난해 9000여 명이 이 명단에 새로 등록됐다. 그런데 정선군 일대에는 이들을 노리는 ‘하이에나’가 있다. 사설 도박장이다. 가정집이나 허름한 사무실에서 카지노에 갈 수 없는 사람, 카지노보다 '화끈한' 판을 원하는 사람들이 도박을 한다.
강원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정선분소 관계자는 “이 일대 1000여 명의 도숙자 중 카지노 출입을 정지당한 사람들은 사설 도박장을 이용하며 도박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중독심리상담소 ‘회복으로 가는 길’ 소장은 “출퇴근족들은 나중에는 장기 휴가를 내고 카지노에 간다. 결국에는 생업도 포기하고, 심해지면 사설 도박장을 전전한다. 이게 바로 도숙자가 되는 길이다”고 말했다.
정선=한영익·김준영·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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