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을 지켜야 하나? 주일을 지켜야 하나?
안식일교회의 주장
안식일교회는 안식일이 한 주간의 일곱 번째 날이며, 기독교인들은 제칠일에 쉬고 그날을 예배의 날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구원도 구약의 안식일 준행 여부에 달려 있으며, 계시록에 언급된 ‘짐승의 표’는 토요일 대신 일요일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고 하기도 한다.
안식일교회는 일요일 예배의 기원을 초기 교회의 배도(背道)에 돌리고 있다. 고대 로마의 이교도들은 일요일에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배도한 교회가 그 이방 종교의 관행을 받아들였고, 그 흔적이 일요일(Sunday=Sun+day)이란 단어에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안식일교회는 ‘신구약 성경 어느 곳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지켰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주일을 지키기 시작한 것은 로마의 콘스탄틴(콘스탄티누스) 대제가 321년에 일요일(Sunday)을 공휴일로 선포하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콘스탄틴, ‘일요일을 공휴일’로 공포
로마에는 일찍부터 동방 밀교가 독버섯처럼 번져 있었다. 페르시아의 빛의 신 미트라스(Mithras)를 비롯한 이교도들의 태양 숭배일은 일요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주기(週期)와 기독교의 주기가 똑같이 7일이었고,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과 동방 밀교의 태양신을 기념하는 날이 모두 일요일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 주일에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교제하며 떡을 떼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콘스탄틴이 일요일을 공휴일로 공포했다. 그날이 태양신 숭배일과 같은 날이었지만, 그리스도인들이 그 법령을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콘스탄틴은 ‘안식일에 드리던 예배를 폐하고 예배일을 일요일로 변경하라’는 법령을 공포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재판관과 시민, 그리고 기술자들은 존엄한 태양의 날에 쉬어야 한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은 방해받지 않고 농사일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종종 이날은 씨를 뿌리고 추수하기에 가장 알맞은 날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주어진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적절한 계절은 짧기 때문이다.”
321년에 공포한 콘스탄틴의 법령은 그 전부터 초대교회가 예배일로 지켜오던 일요일을 평일에서 공휴일로 정한 것뿐이었다.
따라서 콘스탄틴이 법령으로 교회가 안식일에 드리던 예배를 일요일에 드리도록 변경시켰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사실 콘스탄틴은 그리스도의 말씀과 신앙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여러 종교의 상이한 규례나 절기로 인한 제국의 분열을 더 우려했다. 그래서 일요일이 당시 태양신의 축제일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성장하고 있던 기독교의 예배일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나라가 하나의 질서에 의하여 움직여지기를 원해 AD 321년 3월 7일, 일요일 휴업령을 반포했던 것이다.
만일 로마 황제가 법령으로 교회의 예배일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꾸려 했다면 그동안 많은 박해를 이겨내며 말씀을 생명보다 귀히 여겨 신앙을 지켜왔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강력하게 저항했지, 그것을 받아들였을 리가 없다.
그리스도인들이 일요일에 예배드리는 것은 이교도들이 그 신(태양신)을 숭배하기 위해 제정한 날을 본뜬 것이라는 주장 또한 옳지 않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우상숭배를 단호히 거부했다는 사실을 볼 때 그러한 가능성은 전혀 있을 수 없다.
초대교회부터 지켜오던 일요일 예배의 관행(慣行)
안식교에서 주장하듯이 콘스탄틴에 의하여 주일(일요일) 예배가 강제적으로 시작되었다면 콘스탄틴 이전에는 주일 예배가 없었어야 한다. 그러나 성경과 역사적인 증거들에 의하면 분명히 콘스탄틴 훨씬 이전에도 초대교회에서 주일(일요일) 예배가 드려지고 있었다.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초대교회 때부터 지켜오던 하나의 관행이었다. 사도 바울은 3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마케도니아와 아가야 성도들이 모은 연보를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 드로아에서 한 주간을 보내었는데, 안식일에 모임을 가진 것이 아니라 안식 후 첫날에 모임을 가졌다(행 20:7).
이 같은 기록은 신약의 바울 서신뿐만 아니라 초대교회 당시의 문헌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독교인들의 박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소아시아의 총독 플리니가 트라얀 황제에게 보낸 서신이나 순교자 저스틴, 그리고 터툴리안의 기록에도 나타난다. 주를 믿는 사람들은 주님의 날에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성찬식과 성도의 교제를 나누었던 것이다. 사도 시대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예배와 쉼의 날로 이미 지켜오고 있던 주일을 콘스탄틴 대제가 단지 로마제국 전체에 공휴일로 공포한 것뿐이다. 콘스탄틴 대제가 일요일을 공휴일로 선포함으로써 ‘안식일 성수’가 ‘주일성수’로 개변(改變)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안식일 후 첫째 날 주님이 부활하신 후 예수님의 제자들은 주님이 부활하신 날을 기념하여 예배를 드렸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대부분 유대교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안식일에도 주일에도 모이다가 점차 안식일에서 이탈, 주일 예배가 정착되어 간 것이다.
안식 후 첫날, 곧 주일
성경과 교회사의 전통을 볼 때, 안식일 다음날인 주일을 지키는 것이 합당하다.
우선 주님은 안식 후 첫날 새벽에 부활하셨다(마 28:1, 막 16:1, 눅 24:1, 요 20:1). 그래서 주일(일요일)은 부활의 승리를 기뻐하고 축하하는 매우 중요한 날이 되었다. 주님이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을 처음 만나신 날도 주일이었다(요 20:19). 주님은 승천하시는 날까지 모두 11 차례 사람들 앞에 나타나셨고, 그 중 여섯 번은 주일에 나타나셨다(마 28:1~7, 요 20:19~23, 요 20:24~29 등). 성령이 강림하신 오순절도 주일이었다(행 2:1~4). 그날 사도들이 복음을 전해 3,000명이 구원을 받았고,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교제하며 떡을 떼고 기도했다(행 2:41~42). 사도 요한은 수 년 후 주일에 인봉된 계시의 말씀을 받았다(계 1:10).
이러한 연유로 주일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날이다. 주님의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감사와 헌신의 표시로 이날을 지켰다. 주일을 지키는 것은 감사의 차원이지, 법적인 차원이 아니다.
“안식 후 첫날”이라는 표현
사복음서에서 공히 “안식 후 첫날”이라는 표현은 오직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서술하는 데에만 사용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성경의 기자들은 “안식 후 첫날”이라는 말을 관용구(慣用句)처럼 쓰고 있다. 이 말은 복음서를 먼저 기록한 사도들의 기록에서 익숙해진 말이다.
누가가 쓴 “안식 후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행 20:7) “올라가 떡을 떼어 먹고 오랫동안 곧 날이 새기까지 이야기하고 떠나니라.”(행 20:11)는 기록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는 주일에 성도들이 모여 성찬을 거행하며 주일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글리슨 아쳐(Gleason Archer)가 지적하듯이, 사도행전 20장 5절부터 12절에 나오는 주일 저녁 예배는 전도나 성경 공부를 위한 특별 집회로 보기보다는 정기적인 모임의 연장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도 바울과 주일(主日)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게 연보에 대해 설명하던 중 “매주일(週日) 첫날에 너희 각 사람이 이를 얻은 대로 저축하여 두어서 내가 갈 때에 연보를 하지 않게 하라.”(고전 16:2)고 부탁한다. 이러한 기록을 보면 “안식 후 첫날”이라고 부르던 것이 “매 주일 첫날”이라는 개념으로 발전된 것을 알 수 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고전 16:2)와 드로아(행 20:
7) 등지에서 주일에 모임을 가졌고, 이 전통을 이어받아 초대교회가 주일에 예배를 드렸다. 초대교회가 예배의 날로서 주일을 받아들이게 된 배경을 성경에서 살펴볼 때, 주님께서 우리를 온전히 구속하시고 부활하신 “안식 후 첫날”을 기뻐하고 기념하고 즐기고 경배하는 날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것은 구약적 의미의 ‘지켜야 할 날’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통해서 구속(救贖) 사역이 완성되었고, 성도들의 영혼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와 사망에서 해방되어 거듭나고 안식을 얻는다. 모든 죄를 사함받고 의인으로 거듭나 부활의 소망과 능력의 주님과 하나되면서부터 성도들의 실제적인 안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도 바울의 말대로 구원받은 성도에게는 날의 구별이 없다(롬 14:5).
바울이 가끔 안식일에 회당을 찾은 이유는,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날이 유대인들을 만나서 복음을 전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기 때문에 그 날과 그 장소를 이용했던 것뿐이다.
안식일 준수 주장의 문제점들
신약 시대에도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주님이 부활하신 이후 초대교회가 처음 얼마 동안 안식일에 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율법의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것은 주님이 부활하신 날을 기념하여 주일을 지켰다는 신약의 다른 말씀들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이다.
둘째, 안식일은 ‘예배를 드리는 날’이 아니라 ‘쉬는 날’이며, 안식 후 첫날인 주일은 초대교회의 예배일이었다. 따라서 안식일을 지켰다는 것은 안식일에 쉬었다는 의미이고, 주일을 지켰다는 것은 주일에 주일 예배를 드렸다는 의미이다. 초대교회 교인들에게 일요일은 쉬는 날이 아니라, 예배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신약 성경(KJV)에서 안식일(Sabbath)이란 단어는 55개 절에 60회 등장한다. 마태복음에 10회, 마가복음에 11회, 누가복음에 19회, 요한복음에 10회, 사도행전에 9회, 그리고 골로새서에 1회 나타난다. 그 중에 단 한 번도 안식일을 지키라는 뜻으로 기록된 적은 없다. 신약에서는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어떻게 자유하셨는지, 사람을 어떻게 자유케 하셨는지에 대하여나 안식일에 바울이 어떻게 선교하였는지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신약에 언급된 많은 죄들 가운데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죄로 언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유대인의 안식일과 그리스도인들의 주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안식일은 오직 모세의 율법 아래 있는 이스라엘 민족을 위한 것이었고, 주일은 은혜 아래 있는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것이다.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사도행전 15장 28~29절에 기록된 ‘요긴한 것들’ 가운데 특별히 안식할 날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일요일에 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그날이 다른 날들보다 더 거룩한 날은 결코 아니라고 가르쳤다(롬 14:5~6).
2세기 중엽에 활동한 최초의 위대한 기독교 변증가였던 순교자 저스틴(Justin)은 기독교인이 할례나 안식일 준수와 같은 모세의 율법에 따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신약 아래에서의 진정한 안식일 준수는 죄에서 돌아섬으로 성립되는 영원한 안식을 지키는 것이며, 아담·아벨·노아와 같은 옛날의 의인들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고도 하나님을 기쁘게 했다.”고 단언했다.
카톨릭이 안식일을 변경시켰다는 주장
어떤 종파에서는 카톨릭에서 안식일을 변경시켰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카톨릭의 책자를 인용한다. 이러한 주장 역시 엉터리이다. 카톨릭은 4세기 이후에나 나타난다. 그러나 주일 예배는 초대교회 때부터 시작되었다. 초대교회는 4세기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도 구약의 안식일 개념을 주일과 연결시키지 않았다.
영원히 지켜야 할 규례에 대해
안식교 교도들은 출애굽기 31장 16절을 인용하여 안식일을 지키는 언약이 대대로 영원한 언약이라고 주장한다. 대대로 영원한 규례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신약 시대에 와서 폐해진 규례는 많다. 예를 들어, 월삭이나 무교절, 초막절 등의 절기도 대대로 지켜야 할 영원한 규례로 명하셨으나 그것들은 그 법의 시효가 만료되기까지 지켜야 할 규례라는 뜻이지, 문자적으로 영원히 지켜야 하는 규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문자적으로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면 토요일에 노동하는 사람들은 잡아다가 돌로 쳐죽여야 하지 않겠는가?
3세기 초 터툴리안은 안식일을 지키는 의무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담과 아벨, 노아와 에녹, 그리고 멜기세덱과 롯도 이런 것들을 지켰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안식일은 율법의 다른 규정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그림자이며, 참 형상을 소개할 새로운 입법자가 오실 때까지만 지속되도록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의 날
신약 성경 중 가장 늦게 기록되었다는 요한계시록 1장 10절에는 사도 요한이 밧모 섬에서 받은 계시를 기록하면서 “주의 날”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매우 선명하게 등장한다. 여기 사도 요한이 언급한 “주의 날”이 주님이 부활하신 날, 곧 “안식 후 첫날” “매 주일 첫날”을 의미하는 일요일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의 날”이라는 표현은 그날이 주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날이라는 확신에 의해 사용된 것이 틀림없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주일에 모여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식탁에서 떡을 떼며 성도의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는 일을 매우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로 여겼다. 따라서 “안식 후 첫날”에서 “매 주일 첫날”로, 그리고 “주의 날”로 점점 더 발전되며, 초대교회가 주일을 거룩하고 아름답게 기념하고 지켰던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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