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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탐방] “이제 안티기독교 안할랍니다”…주민들 감동시킨 ‘소통’

김노섭-열린문 2015. 8. 23. 23:22
[탐방] “이제 안티기독교 안할랍니다”…주민들 감동시킨 ‘소통’
평일엔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 주일엔 작은나무교회 나유진 목사
김민정(atcenjin@newsmission.com) l 등록일:2015-08-16 19:27:19 l 수정일:2015-08-18 17:13:30

평일 오전 시간, 엄마들이 책을 고르며 서성인다. 한 쪽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모여 앉아 즐겁게 수다를 떤다. 오후엔 영화제, 만들기, 북아트 등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강좌도 진행된다. 그리고 주일엔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 모두가 17평 남짓의 작은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광경들이다.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에 위치한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은 평일엔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식 공간이자 쉼터로, 주일엔 작은나무교회의 예배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주민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은 그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평일엔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 관장으로, 주일엔 작은나무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는 나유진 목사ⓒ뉴스미션

개관한 지 2년 반…주민 600여 명이 회원

예배만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들지 않겠다는 건, 나유진 목사가 개척할 때부터 갖고 있던 소신이었다.

“서울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고민하던 부분들이 크게 작용을 한 것 같아요. 한국교회가 권위적인 것, 지역과 상관없는 것, 이웃교회들과 연대ㆍ협력이 안 되는 것, 전도지를 돌리며 서로 경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개척을 한다면 ‘진짜 지역교회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죠. ‘교회가 도움 되는 것도 있네’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나 목사는 아무 연고도 없는 부천 역곡동에 터를 잡고, 2012년 8월 작은나무교회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도서관은 이듬해인 2013년 2월 문을 열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600여 명의 주민들이 뜰작 회원으로 이곳을 드나든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상가 건물 2층의 작은 도서관, 특별히 홍보 활동을 한 적도 없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도서관을 둘러보면 교회와 관련된 느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교회에서 하는 거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잖아요.” 주민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다는 나 목사의 마음이 도서관 곳곳에서 느껴졌다. 

책놀이ㆍ영화제ㆍ만들기ㆍ역할극ㆍ음악회ㆍ교육강좌 등 ‘풍성’

뜰작은 단순히 책을 읽는 도서관이 아니다. 지역주민, 특히 부모와 자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많다.

△엄마와 어린 자녀들이 그림책을 갖고 활동하는 그림책 놀이 △영화상영과 만들기 활동을 접목시킨 ‘뜰작어린이영화제’ △청소년 형, 누나들과 함께하는 만들기 △역할극 및 연극발표회 △북아트 등등. 여기에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강연과 교육강좌들도 진행된다.

가끔은 멋진 공연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인디밴드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뜰안에작은음악회’,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찾아가는 음악회’까지.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뜰작의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주민들 그리고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도움과 손길이 더해진 결과다.

“엄마들의 제안으로 강사가 섭외되기도 하고, 다른 도서관에서 활동하시던 분이 우리 동네로 이사 오셔서 강좌가 생겨나기도 하고…. 청소년 형, 누나와 함께 만들기는 구로청소년수련관 고등학생 봉사 동아리가 도와주고 있고, 뜰작어린이영화제는 부천시민미디어센터와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음악회는 가출청소년 쉼터인 모퉁이쉼터와 함께 추진하게 됐고요.”

중요한 건 뜰작의 프로그램들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제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민들이 활동가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해 나가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프로그램 외에도 학원 안 보내는 엄마들의 모임, 그림책 읽는 엄마들 모임 등 사모임도 꽤 생겨났어요. 아빠들을 위한 모임도 있답니다.”
 
 ▲지난달 진행된 뜰작어린이영화제. 영화를 보고난 엄마와 자녀들이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뜰작 홈페이지

“우리 동네 와주셔서 감사해요”…주민들의 한 마디 힘 돼

교회는 공간만 공유했을 뿐인데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지금의 뜰작이 됐다고 말하는 나유진 목사. 뜰작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주민들이 그 진가를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희 도서관을 이용한 지 한 달쯤 된 어떤 분이 다른 분들과 하는 얘길 우연히 들은 적이 있어요. ‘여긴 좀 특별한 곳 같다’고. 한 분은 저랑 2시간 대화를 하고 나서는, 사실 자기가 안티기독교였는데 이제 ‘안티’ 자를 떼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교회도 있구나’ 하면서요.(웃음)”

누군가는 그에게 “가까이 있어줘서 고맙다. 작은나무가 한 그루 심겨지니 나비가 날아들고 살 만한 동네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 목사의 생일날 그의 SNS에 “태어나 주셔서, 우리 동네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이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비신자들이었다. 주민들의 이런 한 마디 한 마디가 나 목사에게는 고마운 기억이고 아름다운 간증이다.

지역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는 뜰작의 하루하루는 일상의 신앙을 강조하는 작은나무교회의 목회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교회 건물로 모이는 것은 최소화하고 흩어져서 개인의 영역, 관계, 가정, 일터, 지역사회에서 참 신앙을 살아가는 ‘일상의 신앙’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공식 모임은 주일 예배 한 번입니다. 그 시간에 예배와 교제, 소그룹 모임이 이뤄집니다. 대신 주중에 심방은 자유롭게 합니다. 공지를 따로 하지 않을 뿐이죠.”

작은나무교회는 건강한 작은교회를 지향한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 작음을 택하고, 작음을 자랑스러워하는 교회가 되고자 한다. 규모가 커진다면 분립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절차다.

17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뜰작은 이 지역을 사는 주민들에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친구 같은 동네 교회, 동네 목사가 되고 싶다는 나 목사의 바람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비단 기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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