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기술자에게 직접 듣는 '가스비 절약법'
"아파트ㆍ빌라ㆍ단독주택 등 주택형태 따라 효율적인 난방법 달라"
"외풍 센 단독주택은 보일러 꺼놓고 외출하면 안 돼… 단열 중요"
"가스비 아끼려고 전기난방기구 사용 땐 전기료 폭탄… 내복 권장"
서울의 한 빌라에서 자취를 하기 시작한 C(26)씨. 날씨가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자 보일러를 켰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방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보일러 수리기사를 불렀다. 수리기사는 출장비와 보일러 부품비를 포함해 6만5,000원을 받아갔다. 방은 따뜻해졌지만 한 푼이 아쉬운 자취생 C씨에겐 고민이 생겼다. '가스비가 만만찮을 텐데 걱정이네….' 순간 C씨는 보일러 설정을 타이머로 맞추면 난방비가 적게 든다고 했던 TV프로그램 내용이 생각났다. '타이머로 맞추면 정말 난방비가 적게 들까?' C씨는 궁금해졌다.
한국가스공사가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ㆍ난방용 가스 사용량은 총 807만9,404톤이다. 월별로 보면 사용량이 가장 많은 달은 1월(159만5,961톤)이다. 2월엔 127만3,269톤, 3월엔 100만325톤으로 떨어지다 한여름인 8월엔 15만110톤으로 사용량이 뚝 떨어진다. 그러다 11월에 77만4,203톤으로 사용량이 급격히 늘고,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드는 12월엔 126만844톤을 기록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자 '난방비 폭탄'을 걱정하는 이가 많다. 실제로 자취생활 5년차에 접어든 L(28)씨는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지난 1월엔 난방비가 20만원 넘게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기장판과 전기 온풍기를 샀다"며 "가스요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난방비를 아끼면서도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을까. 국내 굴지의 보일러회사의 수리기사인 이모씨로부터 '난방비 절약법'을 들어봤다. 이씨는 아파트냐, 빌라냐, 단독주택이냐에 따라 난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앞뒤론 발코니, 위와 아래엔 집이 있기 때문에 단열효과가 가장 좋아요. 열 소모가 많지 않죠. 그래서 외출하거나 그다지 춥지 않을 땐 보일러를 꺼놓는 게 좋습니다. 방에 온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에 아파트는 보일러를 틀면 금방 따뜻해지죠. 외풍이 상대적으로 센 단독주택은 달라요. 보일러를 꺼놓으면 안 돼요. 보일러가 얼 수도 있는 데다 방안이 금방 식기 때문에 따뜻해지기까지 오래 걸려요."
이씨는 "50평을 기준으로 한겨울에 따뜻함을 느낄 정도로 보일러를 가동하려면 아파트 난방비는 월 30만원 안팎이지만 단독주택은 100만원이 훌쩍 넘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 넓이에 따라서도 효율적인 보일러 작동법이 다르다고 했다. 이씨는 "10평대에선 처음엔 온도를 높게 설정해 보일러를 작동해야 효율이 좋다"고 했다. 그는 "방이 작으면 배관에 들어있는 물 양이 적다. 빨리 데워지고 금세 식는다"면서 "그럴 경우엔 보일러를 틀 때 온도를 최대한 높여 물을 데워놓고 따뜻해지면 온도를 낮춰 온기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평수가 작은 집은 절대 보일러를 꺼놓고 나오면 안 된다. 보일러 용량이 방 크기보다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따뜻해지려면 오래 걸린다"며 "아낀다고 꺼놓고 나가는 건 오히려 난방비 폭탄을 맞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난방비를 아끼려고 안 쓰는 방의 배관을 잠그는 가정도 많은데 실제로 난방비 절약에 도움이 되나"라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라면서도 "역시 평수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좁은 집은 배관을 잠그면 되레 난방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집이 넓고 방이 여러 개 있다면 안 쓰는 방의 배관을 잠그는 건 난방비 절약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데워진 물이 회전하는 면적이 줄어드니 당연히 난방비가 절약되겠죠. 하지만 원룸이나 방이 한두 개인 집은 잠그면 안 됩니다. 물을 데우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려 난방비가 더 많이 나올 겁니다."
이씨는 난방비 절약법을 잘못 알려주는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난방비 절약법이나 가스 안전사고 예방법이라는 주제로 보도를 많이 한다. 전문가인 우리가 보기엔 틀린 정보가 너무 많다"면서 "어떤 방송은 집을 비우는 동안 보일러를 꺼두면 난방비가 더 많이 나오니 타이머로 맞춰놓으라고 조언하던데 우린 그걸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ㆍ빌라ㆍ단독주택이 다 다르고 집집마다 단열 정도가 다 다른데 어떻게 하나로 단정할 수 있겠나"라며 "주택도 단열을 잘하면 아파트처럼 보일러를 작동하면 된다. 자기 집 상황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단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난방비를 줄이려면 무엇보다도 단열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창문이나 출입문으로 외부 공기가 들어와 손실되는 열이 20~30% 이상이다. 에어캡이나 문풍지, 두꺼운 커튼 등을 설치해 단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가스비를 줄이려고 전기히터, 전기스토브, 전기장판 등을 쓰는 집이 늘었는데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가스비 부담 때문인지 전기 난방기구 사용이 많이 늘었어요. 이 전기 난방기구 전력 소비량이 어마어마합니다. 전기장판은 시간당 전?사용량이 200W(와트)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선풍기형 전기히터는 800W, 전기스토브는 1,200W, 전기온풍기는 1,500~2,000W, 원통형 전기히터는 3,000W에 달합니다. 누진제를 적용하면 요금 폭탄을 맞기 십상이죠."
이 관계자는 "집에서도 내복을 입는 게 난방비를 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내복을 입으면 체온이 3℃ 정도 오른다. 단열에 신경 쓰고 내복을 입으면 난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선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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